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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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 경쟁·초격차 실력이 이룬 양궁 올림픽 10연패 금자탑

세계양궁연맹 “한국의 유산” 평가
정치·경제 각 분야에 던진 울림 커
현대차 40년 후원도 쾌거에 기여

한국 여자 양궁이 새 역사를 다시 썼다. 임시현(한국체대), 남수현(순천시청), 전훈영(인천시청)으로 꾸려진 한국 대표팀은 28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 결승전에서 슛오프 끝에 중국을 5-4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 여자 양궁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36년간 단체전에서 10회 연속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400m 혼계영 10연패를 이룩한 미국 수영 남자 대표팀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한 선수와 코치진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선수 선발을 둘러싼 공정 경쟁의 룰이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을 있게 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과거 경력은 물론이고 일체의 학연·지연을 배제한 채 모든 선수를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는 동일한 출발 선상에 세우고 실력으로만 경쟁하도록 했다. 오죽하면 국내 선발전 우승이 국제대회 우승보다 더 어렵다는 농담이 돌겠나. 세계양궁연맹은 한국이 이번 토너먼트에서 겪은 위기의 순간들을 나열하면서 “그럼에도 그들은 승리했고, 유산은 남았다”고 했다. 공정 경쟁의 룰이야말로 세계가 부러워할,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1985년부터 40년간 한결같이 한국 양궁을 지원해온 현대차그룹의 숨은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 단체 후원 사상 가장 긴 시간 동안 양궁협회를 후원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장과 동일한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건설해 선수 적응을 도왔고, 올림픽이 열리자 현지 식사, 의무치료실, 전용 훈련장까지 지원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까지 개발해 선수들의 한계 극복에 일조했다. 앞으로도 한국 양궁이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공정 경쟁과 한계 극복 훈련으로 초격차 실력을 유지해온 여자 양궁 올림픽 10연패가 정치·경제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던지는 울림이 작지 않다. 불투명한 감독 선임 절차로 시대정신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대한축구협회엔 반면교사다. 정치권도 다름 아니다. 정쟁에만 몰두해 여자 양궁이 신화를 완성한 당일 오전 축하 메시지조차 내지 않았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역대 최소 규모로 선수단을 꾸렸다. 다행인 것은 우려와 달리 초반 메달 레이스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점이다. 남은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선전해 국위를 선양하고 온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사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