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이 여자 단체전 10연패 신화를 달성한 배경으로 후원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과학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을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현대차그룹은 양궁에 국내 단일 종목 최장기간 후원을 이어오며 모빌리티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지원 체제를 마련했다.
29일 스포츠 업계에 따르면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는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 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이다.
전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대한양궁협회장·아시아양궁연맹회장)은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의 시상자로 나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격려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취재진에게 “앞으로 본인들의 기량을 살려서 더 차분하게 잘 해서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꼭 쟁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가 도와드릴 일”이라며 “할 수 있는 것은 뒤에서 다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단순한 금전적 후원을 넘어 모빌리티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결집해 과학적 훈련 체계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일본 도쿄올림픽이 끝난 직후부터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훈련 장비 기술부터 현지 식사, 휴게공간, 전용 훈련장까지 광범위하게 파리올림픽 지원 방안을 논의해 마련했다.
우선 파리올림픽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충북 진천선수촌에 건설했고,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해 모의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은 경기장의 특성을 몸에 익히며 체계적인 연습을 시행했다.
파리 현지에서는 경기장에서 약 10㎞ 떨어진 곳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양궁 국가대표팀 전용 연습장을 마련했다. 덕분에 선수들이 통상적인 날짜보다 나흘 빨리 출국해 전용 연습장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시차도 빠르게 적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기장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 선수단 휴게공간을 마련했고, 베테랑 영양사가 구성한 전용 식단을 제공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자체적으로 각종 양궁 훈련장비와 훈련기법을 개발해 지원했다. 선수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경기 감각을 향상시키는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하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어디서든 활 장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 등이다.
양궁협회가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 등 잡음 없이 선수들의 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현대차그룹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양궁 국가대표는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 철저하게 경쟁을 통해 현재의 성적으로 선발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원은 확실하게 하지만 선수단 선발이나 협회 운영에는 관여를 안 하고 있고, 투명성과 공정성만은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