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농약 사건으로 중태에 빠졌던 80대 할머니가 끝내 숨졌다.
30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 안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권모(85) 할머니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권 할머니는 지난 18일 안동병원에 마지막으로 입원했다.
지난 15~18일 농약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던 60~80대 할머니 5명 중 3명의 건강이 회복돼 퇴원했다. 나머지 한 명은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다.
앞서 초복인 지난 15일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 회원 41명이 마을에서 오리고기 등으로 점심을 먹은 후 경로당으로 이동, 커피를 마신 60~80대 여성 5명이 연이어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피해자들이 함께 마셨던 믹스커피로 보고 있다. 피해 할머니 5명 중 4명은 모두 사건 당일인 지난 15일 봉화읍 한 음식점에서 오리고기를 먹은 뒤 경로당으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셨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지난 18일 마지막으로 병원에 입원한 권 할머니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는 주변인 진술도 확보했다. 이 할머니는 사건 발생 3일 뒤인 지난 18일 다른 피해 할머니들과 같은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커피를 마신 할머니 4명의 위세척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인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등 유기인제가 검출됐다. 권 할머니에게서는 살균제 성분도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가 두 성분이 모두 포함된 살충제를 사용했거나 다른 두 종류의 살충제를 섞어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한 범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퇴원한 피해 할머니들 중 일부는 경찰과 대면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회장이 따라준 커피를 4명이 나눠 마셨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관계자의 사망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용의자를 특정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