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초래한 티몬과 위메프(티메프)가 끝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면서 회생이냐, 파산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업계에서는 결국 티몬과 위메프 생사는 모기업인 큐텐이 어떠한 자구책을 내놓느냐에 달려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 29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내면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도 신청했다고 밝혔다.
ARS는 법원이 강제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기업과 채권자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채권자가 ARS 시행에 동의할 경우 법원은 최장 3개월의 기간을 주고 신청 법인이 자율적으로 회사를 살릴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다.
티몬과 위메프는 무엇보다 기업 회생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어떤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판매자와 소비자의 피해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자체적인 자금 조달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 티몬과 위메프가 자력으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회계 기준상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은 티몬이 1천310억원(2022년 기준), 위메프는 617억원(2023년 기준)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이 추산한 판매자 미정산금 2천100억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의 유동부채가 각각 7천193억원, 3천98억원으로 유동자산의 6배 안팎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유동자산을 피해 복구에 활용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특성상 부동산을 포함해 처분할 만한 비유동 자산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모회사인 큐텐의 조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큐텐은 이미 티몬과 위메프에 수혈할 자금을 해외에서 끌어오려고 시도하고 있다.
큐텐 측은 지난 2월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위시를 통해 5천만달러(약 700억원)를 다음 달 중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외에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등에 있는 해외 사업장 자금을 끌어오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받는 방안 등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도 지난 27일 중국에 있는 큐텐 자금 600억원을 담보로 대출받는 방안이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 대표는 자신이 가진 큐텐 지분을 매각하거나 개인 재산을 털어 티몬과 위메프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큐텐 지분 42.8%,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지분도 29.4%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로 큐텐과 큐익스프레스의 기업 가치도 크게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해당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있을지, 이 때 얼마큼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와 별도로 ARS가 받아들여질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주관하는 '기업구조혁신펀드'를 활용한 자금 조달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민간투자자의 재원으로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정책 자금을 마중물로 민간의 구조조정 운용사와 투자자를 모집해 자금이 바닥난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담보돼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간투자자의 긴급 자금 수혈에 기대기 전에 진정성 있게 자구책 마련에 힘을 쏟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된다고 해도 실제 두 회사가 정상 기업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기업회생 절차가 시작되면 제3의 기업이 인수해 채무를 갚거나 스스로 영업을 계속하면서 채무를 갚아나가는 방법이 있으나 수익을 내기 어려운 현재의 국내 이커머스 업황을 고려하면 다소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양사의 채권자는 대출해준 은행은 물론 판매대금을 물린 판매자와 납품업자,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를 포함한 결제 관련 업체들,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 등으로 광범위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큐텐과 티메프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기업회생 절차 신청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이 누적된 부실한 기업 체질과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이커머스 업황 등을 볼 때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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