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격대표팀이 대회 첫날인 27일(현지시간)부터 연속 사흘 메달을 따며 부활의 신호탄을 쏜 가운데 장갑석(64) 총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장 총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들에 ‘호랑이 감독님’으로 통한다. 철기둥 같은 기준을 정해놓고, 어긋나는 선수가 있으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고 전해진다.
장 총감독은 한국체대 교수로 30여 년간 학생 선수들을 지도해했다. 그런 그가 2024 파리 올림픽을 위해 대표팀 총감독을 맡기로 하자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장 총감독은 사격계에서 알아주는 ‘주당’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1년에 술을 400번 마신다. 1년 365일 마시고, 주말에는 사위와 함께 낮과 저녁에도 먹는다”고 할 정도다.
그런 장 감독은 사격 대표팀 선수들에게 훈련 중 이른바 ‘3C 금지령’을 내렸다. 휴대전화(Cellular)·커피(Coffee)·담배(Cigarette) 금지.
금주령도 내렸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 좋아하는 술을 완전히 끊었다고 알려졌다. 솔선수범하는 장 총감독 앞에서 누구도 훈련 중 휴대전화나 커피, 담배를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장 총감독은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사격에 두 번째 금메달이 나온 29일(현지시간)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나부터 술을 끊었다. 감독으로 부임하며 술을 한 방울도 안 마시겠다고 다짐했다. 리더가 먼저 보여줘야 선수들이 따른다”고 했다.
대한사격연맹의 적극적인 지원도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선수들은 시뮬레이션 훈련장, 가상현실(VR) 세트장을 통해 파리올림픽 사격장을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
대표팀 선발전을 경기 방식을 바꾼 체질 개선도 유효했다. 원래는 정해진 시간 내 수십발을 쏴 점수를 합산하는 본선 경기 점수로만 국가대표를 선발했다. 이번에는 각 선수가 10발씩 쏜 다음부터는 2발 쏠 때마다 점수가 가장 낮은 1명씩 탈락하는 결선 방식으로 바꾸며 처음부터 결선에 강한 선수들을 뽑았다.
높은 효율로 훈련에 매진한 우리 대표팀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표팀은 대회 시작 사흘 만에 금 2개와 은 2개를 따냈다. 종전 최고 성적인 2012 런던 올림픽(금 3, 은 2)에 근접한 성과다. 한국 사격은 진종오 은퇴 이후 부침을 겪고 도쿄 올림픽에선 은메달 1개에 그쳤으나, 이번 올림픽에서 8년 만에 금메달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재부상하고 있다.
장 총감독은 “아직 내가 (금메달) 목표로 한 종목은 메달이 안 나왔다. 앞으로도 계속 메달 레이스를 펼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 총감독이 당초부터 금메달을 노린 종목은 여자 25m 권총이다. 8월 2일 예선, 8월 3일 결선이 진행된다. 이번 올림픽 공기권총 10m 은메달리스트인 김예지(임실군청)와 양지인(한국체대) 2명이 출전한다.
30일 오후에 열리는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는 공기권총 10m 금메달리스트 오예진(IBK기업은행)과 이원호(KB국민은행)가 출전한다.
장 총감독은 한편 샤토루에서 벌써 두 번이나 뜨거운 눈물을 쏟아 ‘감독님께 이런 모습도 있냐’며 선수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셀프 금주령’은 한국에 돌아가는 날까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