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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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정직 3개월’ 받았던 카라 활동가, ‘부당징계’ 판정받아

지노위 “징계는 부당…부당노동행위는 아냐”
카라 대표 “노조탄압, ‘표적징계’는 사실무근”

동물단체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에게 내려진 사내 중징계가 부당징계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한 뒤 징계가 내려져 이는 부당노동행위라고도 주장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30일 카라 노조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지난달 21일 ‘사용자가 2023년 12월6일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행한 정직 3월의 징계는 부당 정직임을 인정한다’고 판정해 최근 판정서를 송달했다고 밝혔다. 지노위는 “사용자는 이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근로자들에게 정직 3월의 징계를 취소하고, 정직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모습. 카라 노조 제공

카라 최민경 활동가와 김나연 활동가는 지난해 12월6일 무급정직 3개월을 통보받고 이틀 뒤인 12월8일부터 3개월간 업무에서 배제됐다가 지난 3월8일 복귀했다. 무급정직 3개월은 해고 다음으로 가장 높은 징계다. 사측은 당시 두 활동가에게 월권, 업무 실수 및 업무 태만, 지시불이행,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 20여가지 사유를 들어 지난해 11월13일 인사위원회를 소집한 뒤 당일 출석통보서를 보냈고 결국 징계가 결정됐다.

 

두 활동가는 처음부터 ‘표적 징계‘라고 주장했다. 카라 노조는 지난해 8월 설립된 뒤 같은 해 11월10일 전진경 대표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는데 두 활동가는 노조의 핵심 인원이다. 단체교섭을 요구한 지 사흘 만에 전 대표가 인사위원회를 꾸리고 곧바로 출석통보서를 보냈는데, 전 대표가 제시한 사유는 노조활동과 무관하더라도 시간상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두 활동가의 징계를 결정한 인사위원회 구성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카라 취업규칙상 인사위원회는 이사, 대표, 사무국장, 팀장 대표, 활동가(근로자) 대표, 센터장 각 1명씩 총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당시 위원으로는 자격이 없는 정책실장도 참여했다. 또 인사위원장은 전 대표가 맡았는데, 취업규칙에는 ‘위원 중 징계혐의자와 특수 관계에 있는 자는 그 징계사건 심의·의결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명시됐다. 전 대표는 최 활동가 징계 사유로 제시한 항명 등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반면에, 사측은 노조 설립은 해당 징계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전 대표는 “징계 절차는 노조 설립 전부터 진행했다”고 해왔다.

 

지노위는 부당징계임을 인용하면서 징계가 결정된 과정에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노위는 판정서에 “사용자(카라)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인사위원회 구성 절차를 위반해 인사위원 자격이 없는 자를 위원으로 선임했다”며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또는 이에 근거를 둔 징계규정과 다르게 위원회를 구성해 징계처분을 했다면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인사위원회에 이미 팀장 대표로 1명이 참여한 상태에서 당시 소집된 인사위원회에는 정책실장이 추가됐다. 전 대표는 정책실장 또한 ‘팀장’ 역할로 참여했다고 주장했으나 지노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더해 “이 사건은 근로자와 전 대표이사 사이에 벌어진 사건임이 명확하다”며 “그럼에도 전 대표이사는 인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여해 징계 심의·의결을 진행한 바, 취업규칙 제75조 3항을 위반한 것으로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지적했다.

 

카라 김나연 활동가가 지난 3월19일 서울 마포구 카라 사무실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카라 노조 제공

다만 부당노동행위라는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지노위는 “신청인들(활동가들)의 주장 외에 달리 이 사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확인할 만한 특별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노조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것을 이유로 징계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김 활동가는 “부당징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조직이 특정인에게 사유화돼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직이 민주적으로 운영돼서 동물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카라는 지노위 판단을 수용하고 두 활동가 징계를 취소하고 임금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이후 인사위원회 구성과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내용의 내부공지문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두 활동가가) 주장해온 노조탄압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노동탄압에 의한 표적징계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박유빈·윤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