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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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한번 안주더니 언론플레이”…양재웅 뒤늦은 사과에 유족 분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겸 방송인 양재웅이 자신이 운영 중인 병원에서 일어난 환자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한 가운데, 유족은 “뒤늦은 언론플레이를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W진 병원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숨진 박 씨의 유가족(왼쪽)과 W진 병원을 운영하는 정신건강학의학과 의사 겸 방송인 양재웅. 사진=SBS·미스틱스토리

 

숨진 환자 박모(33) 씨 어머니는 3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유족의 전화번호도 알면서 한 번도 사과는커녕 앞에 나오지도 않고 변호사 통해 이야기하더니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니까 뒤늦게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이어 “어제 오전 병원 앞에서 내가 시위할 땐 곁을 지나가며 눈길 한번 안 줬던 사람”이라며 “전혀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니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오전 3시30분쯤 양재웅이 운영하는 부천 W진 병원에서 30대 여성 박 씨가 숨졌다.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한 지 17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인은 ‘가성 장폐색’(해부학적 원인 없이 일어나는 장폐색)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사망 전날 박 씨가 병원 1인실에서 배를 부여잡고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 담겼다. 간호조무사와 보호사는 들어와 박 씨에게 안정제를 먹이고 손발과 가슴을 침대에 묶었다. 2시간 뒤 박 씨가 배가 부푼 채로 코피를 흘리는데도 결박만 풀어줄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의식을 잃은 박 씨는 끝내 숨졌다.

 

지난 5월 27일 새벽 W진 병원 1인실에서 강박 조처되는 박 씨의 모습. 연합뉴스

 

박 씨가 의식을 잃은 걸 확인한 직원들은 맥박을 재고 손발을 주무르다 5분 뒤 손으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20분쯤 지나서야 제세동기를 통한 심폐소생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간호조무사의 어설픈 심폐소생술 동작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유가족은 ‘유명세에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박 씨 어머니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고 중독 프로그램에 대해서 얘기했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왔다”며 “누가 봐도 그 배가 (튀어나와서) 이상한 건데, (다른)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해야 할 거를 죽는 그 시간까지 1인실에 묶어 놓고 약만 먹였다”고 하소연했다.

 

병원 측은 박 씨가 만성 변비 환자인 데다 복통 호소도 지속적으로 한 게 아니어서 장폐색을 의심하기 어려웠고 사고 당일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다이어트 약 중독 외에는 다른 병이 없던 젊은 환자가 목숨을 잃을 정도로 방치된 데다가, 양재웅의 연인인 그룹 EXID 출신 하니가 결혼을 발표한 시점이 사망 사고 바로 몇 일 후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W진 병원에서 일어난 강박 환자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양재웅의 연인인 하니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고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 없이 결혼 발표로 축하를 받은 것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일부 누리꾼들은 하니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혼을 다시 생각해라”, “유가족에 대한 배려 없이 결혼 발표할 수 있냐”, “가족이 죽었는데 병원 원장이 결혼한다고 만천하에 알리고 축하받은 것” 등 부정적인 댓글을 남기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양재웅이 유가족을 만나지 않으려 병원 뒷문으로 출퇴근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여론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가운데 양재웅은 30일 “저와 전 의료진은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고인과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져계실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법적 판단에 따라 책임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하니가 연인인 양재웅의 병원에서 일어난 사고를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유가족에게 가닿지 않은 사과는 오히려 논란을 키운 상황. 현재 W진 병원 홈페이지는 ‘허용 접속량 초과’로 접속이 불가능하다. 양재웅 소속사 미스틱스토리 측은 사고 관련 물음에 “당장 대답해줄 것이 없다”는 짧은 답변만 남긴 상태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