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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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자고 보채” 사각지대로 신생아 데려가 학대...증거 은폐한 의료진들

“3년 넘게 진행된 재판에도 혐의만 부인하고 사과조차 없어” 호소
클립아트코리아

 

신생아 귀를 잡아당겨 다치게 한 뒤 학대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에게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6단독(판사 안현정)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간호조무사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증거 인멸과 위조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 B씨와 행정부장 C씨, 수간호사 D씨 등도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병원 소아과, 산부인과 의사 역시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아동학대 사실을 숨기는 데 가담한 혐의다. 이들은 모두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산후조리원에서 근무하던 의료진들과 병원 관계자들이었다.

 

A씨는 2021년 2월7일 오전 1시10분쯤 신생아를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데리고 가 손으로 왼쪽 귀를 잡고 비틀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당시 생후 19일 된 아기가 잠을 자지 않고 보챈다는 이유에서 해당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후 보고를 받은 병원장과 행정부장, 수간호사, 당직의(산부인과 의사) 등은 목욕 시간에 면봉으로 태지를 제거하다가 상처가 났다고 말을 맞췄다. 이들은 거짓 사실을 9시간이 지난 후에야 부모에게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가 피 묻은 배냇저고리를 찾자 수간호사와 행정부장은 해당 증거를 버리는 등 주도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 이어 A씨만 재판에 넘겨지자 병원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거짓된 증언으로 일관하기까지 했다.

 

피해 부모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재판까지 “3년간 병원 관계자들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또 “해당 과정에서도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재판 진행 중 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간호기록부와 수사기관에 제출된 간호기록부가 다른 것을 발견, 두 차례의 병원 압수수색 등 보완수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병원에서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한 정황을 포착해 수간호사와 행정부장을 구속기소 하고 병원 관계자 10여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조직적인 은폐 범행으로 여러 차례의 보완수사 등 사건이 장기화하였고, 수사기관과 법원의 실체 진실 발견 업무를 방해하고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고 판시했다.

 

특히 병원장 B씨를 구속하며 “이 사건은 A씨의 개인 일탈 행위로 피해 아기를 학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인력 부족, 열악한 근로환경, 폭력적 조직문화가 그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입단속을 하면서 사건을 은폐하는 등 제왕적인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말했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gpy1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