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영상에서 가면을 쓴 사람이 룰렛을 돌린다. 바늘이 차례로 이름, 금액, 행위를 가리킨다. 조합하면 결과는 이렇다. ‘조기 출소한 흉악범 김국호의 목숨을 빼앗으면 200억원을 주겠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와 유플러스 모바일tv에 31일부터 공개되는 시리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사진)은 이런 폭탄선언과 함께 시작된다. 거액의 돈이 걸린 게임, 익명의 주최자, 절박한 도전자들이 기시감을 준다. 세 요소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포함해 그간 영상물들에서 조금씩 변주돼왔다.
‘노 웨이 아웃’은 세 재료로 색다른 긴장감을 만든다. 흉악범 김국호에게 7명의 ‘출구 없는 인간들’이 접근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사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언론에 미리 공개된 4화까지 보면 매번 흥미를 끌 만한 전개를 이어간다. 김국호 주변에 모여드는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뒤엉켜 있고 절박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한국 사회가 겪은 사건·논란들을 은연중에 녹였다. 그만큼 피부에 와 닿는다. 김국호는 많은 여성을 성폭행한 끝에 마지막 피해자를 살해한 흉악범이다. 15년형을 선고받고, 13년 만에 조기 출소한다. 200억원이 걸리자 경찰은 그의 거주지를 철통방어하고, 집 앞에는 시위대가 몰려들다. 다만 김국호를 연기한 배우 유재명은 실제 조두순을 모티프로 한 건 아니라고 해석했다.
대권을 노리는 인구 100만 도시의 시장 안명자(염정아), 툭하면 고발하겠다는 이상봉 변호사(김무열)도 실재 인물들을 연상시킨다. 폭발사고 후 안 시장이 “앰뷸런스는 안 모자라는지, 병원은 어디에 얼마나 수용이 가능한지” 알아보지 않았냐며 공무원들을 다그칠 때는 이태원 참사가 떠오른다.
‘노 웨이 아웃’은 김국호가 살아남을지, 주인공인 형사 백중식(조진웅)은 무사히 빠져나갈지, 주최자는 누구인지 하는 궁금증을 축으로 극을 힘 있게 끌고 간다. 관건은 남은 4부에서 이야기를 얼마나 완결성 있게 마무리할지다. 이 작품은 총 8부작으로 매주 수요일 2회씩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