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14곳의 신규 댐 건설 후보지를 발표하며 극한호우·가뭄 등 기후위기에 대한 근원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댐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 예산확보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실제 착공까지 이뤄지는 댐의 수는 이보다 적거나, 많은 소요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경기 파주(873㎜), 충남 부여(809㎜), 전북 익산(704㎜) 등의 지역에서는 올해 7월 한 달 강수량이 연 강수량의 절반을 초과했다. 이달 10일 전북 군산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시간당 146㎜ 극한호우가 내리기도 했다. 이로 인한 최근 3년간 피해액은 1조6000억원이 넘고, 인명 피해도 85명에 달했다. 환경부는 앞으로 이러한 극한호우가 더 잦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한 대비 없이는 피해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반대로 2022년 남부지방에는 기상관측 이래 가장 긴 227일간의 가뭄이 발생해 생활·공업용수 부족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수도권을 포함한 한강수계 용수 공급의 주요 원천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은 그 용량의 94%를 이미 사용하고 있어 예측하지 못한 극한 가뭄이 오면 남아 있는 용량만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용수 공급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등 일부 지역의 산업용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환경부는 향후 신규 산업의 수요, 생활용수 수요 증가 등을 대비해서도 댐을 통한 용수공급 능력 증대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지난해 5월부터 유역별로 홍수 위험성과 물 부족량 등을 평가해왔다. 17개 지자체에서는 신규 댐 21곳의 건설을 요청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지자체가 신청한 후보지 9곳을 추리고, 나머지 5곳은 국가 차원에서 댐 건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후보지를 도출했다.
다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나 수조원이 투입되는 예산확보 등을 고려할 때 후보지 14곳 모두 착공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실제 이날 발표된 후보지 중 강원 삼척시와 전남 순천, 경북 예천, 경남도 등은 후보지 지정에 대한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강원 양구, 전남 화순의 경우 주민 피해와 희귀 동식물 서식지 수몰 등을 주장하며 반대했다. 충북 단양은 이날 단양천이 신규댐 후보지로 선정된 것을 모르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환경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김 장관은 “주민들의 반대가 많거나, 걱정이 많으시면 저희가 더 많이 대화를 하겠다”며 “필요하다면 간담회, 주민설명회를 몇 번이라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해당 지역에서 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지자체 및 관계기관과도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댐 건설비를 포함한 수몰 지역 및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 등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확보도 관건이다. 2014년 준공된 다목적댐인 김천 부항댐(총 저수용량 5400만t)은 총 사업비 5559억원, 현재 건설 중인 홍수조절댐 봉화댐(310만t)은 600억원이 들었다. 김 장관은 “댐의 착공 시기 등 연차별 진도가 다르기 때문에 재정 소요가 분산될 것이고, 그해마다 부담하는 것은 재정당국에서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주민 합의나 예산 조달 등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중·소규모 댐의 경우 이르면 2027년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댐 건설로 인한 생태계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기후위기 대응과 적응을 핑계로 4대강 사업을 정당화하고 이를 중심에 둔 물 관리 정책으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이날 통화에서 “4대강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수심까지 정한 것처럼 정치인이 해법을 정해놓고 댐 건설을 시작하는 것이 4대강 때와 비슷하게 우려스럽다”면서 “댐 추진 과정이나 민주적인 주민 동의 방식 등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