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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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 댐 14곳 추진, 극한 호우·가뭄 대비 위해 불가피하다

정부가 극한홍수 및 가뭄 대응과 미래 용수 확보를 위해 신규 댐을 지어 ‘물그릇’을 키우기로 했다. 환경부는 어제 다목적댐 3곳과 용수전용댐 4곳, 홍수조절댐 7곳의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14곳을 발표했다. 권역별로 한강 4곳, 낙동강 6곳, 금강 1곳, 영산강·섬진강 3곳이다. 계획대로라면 한 번에 80∼220㎜의 강수를 수용하고 연간 2억5000톤의 생활·공업용수 공급능력을 갖추게 된다. 2010년 보현산 다목적댐 착공 이후 14년 동안 중단됐던 중앙정부 차원의 치수와 이수 사업의 재개를 공식 선언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집중호우와 태풍, 가뭄 등 기상이변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짧은 시간에 매우 강한 비를 퍼붓는 강수 패턴으로 피해가 막심하다. 10일 전북 군산에선 1시간 동안 131.7㎜의 비가 내렸다. 연간 군산에 내릴 강수량 10분의 1이 하루도 아닌 1시간에 퍼부은 것이다. 어청도에서도 2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시간당 146㎜의 폭우가 쏟아졌다. 최근 3년간 극한 호우 등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85명, 재산상 피해액은 1조6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급변한 기후 상황에 맞춰 치수 대책도 바뀌어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토목 사업을 죄악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국내 환경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1990년대 말 동강댐 건설 반대운동이 분기점이었다. 이후 환경운동은 극단적 정치적 대결과 결부되면서 정파성만 강화됐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반대를 넘어 ‘삽질 정부’라는 조롱과 야유까지 받지 않았는가. 급기야 문재인정부는 2018년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 중단’을 선언해 버렸다. 결국 이달 초 폭우로 인한 충청권 피해는 치수 대책에 눈감은 후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상촌댐과 지천댐을 예정대로 건설했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한탄이 나온다.

환경보호의 대의명분에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급변하는 기후 위기 속에서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최소한의 댐 건설이 불가피한데, 지금 시작해도 10년 이상 걸린다. 물론 환경단체의 반대뿐 아니라 집과 땅을 내놓아야 하는 수몰민의 반발,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가 댐 건설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얼마나 잘 납득하게끔 설명해 공감대를 끌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