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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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천재보더·16세 명사수… 포디움 접수한 ‘앙팡 테리블’ [파리 2024]

10대들의 금빛 반란

사격 반효진·오예진 깜짝 금메달
향후 최소 16년 선수생활 가능해
한국 사격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스케이트보드 챔프 日 요시자와
400m 혼영 금 加 매킨토시 눈길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시상대 맨 위에 우뚝 서는 ‘앙팡 테리블’들이 유독 눈에 띈다. 앙팡 테리블이란 ‘무서운 아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프랑스 작가 장 콕토의 소설 제목에서 유래했다. 한국에서는 10대 사격 금메달리스트가 두 명이나 탄생하며 한국 사격의 르네상스가 도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29일 사격 공기소총 여자 10에서 우승한 2007년생 반효진(대구체고)은 16세 10개월에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해 역대 하계올림픽 한국 선수 최연소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양궁 윤영숙(17)이다. 특히 반효진은 우리나라 역대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되는 영광도 함께 가져갔다. 반효진은 이날 마지막 2발을 남겼을 때까지 2위 황위팅(중국)에게 1.3점을 앞서 있다가 동점을 허용해 연장 슛오프까지 치렀으나 결국 연장에서 0.1점 차 승리를 따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황금 미소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 10대 선수들의 금빛 반란이 펼쳐지고 있다. 왼쪽부터 여자 사격 공기권총 10m 우승자 오예진(19), 여자 사격 공기소총 10m 우승자 반효진(16), 여자 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 우승자 요시자와 코코(14·일본). 샤토루·파리=뉴스1·연합뉴스

2005년생 오예진도(19·IBK기업은행) 28일 공기권총 10m에서 금빛 총성을 울렸다. 세계랭킹 35위로 메달 전망 선수에도 포함돼 있지 않던 올림픽 새내기이지만 243.2점으로 올림픽 결선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올림픽에 10대 사격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내며 한국 사격계의 미래가 밝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격 종목의 특성상 이들은 앞으로 최소 16년(4차례 올림픽 출전)에서 많게는 20년까지도 충분히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10대들의 반란이 진행 중이다. 반효진과 끝까지 우승 경쟁을 벌인 황위팅도 2006년생 앙팡 테리블이다. 반효진과 접전 끝에 은메달에 그쳤지만 항위팅의 놀라운 집중력과 침착함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스케이트보드 여자 스트리트 부문에서 우승한 요시자와 코코(일본)는 이들보다 더 어리다. 요시자와는 2009년생으로 올해 만 14세 10개월이다. 요시자와는 우승 다음 날 인터뷰에서 “어제까지 우승한 것이 실감이 안 났는데, 오늘 소셜 미디어 팔로어 수가 10배가 더 늘었다”고 말하며 청소년답게 즐거움을 표현했다. 어린 선수들이 주를 이루는 스케이트보드 종목에서 요시자와에 이어 2위를 한 아카마 리즈(일본)도 2009년생이고 3위 하이사 레알(브라질)은 2008년에 태어났다.

29일 마무리된 수영 여자 400 개인혼영에서 금메달을 따낸 서머 매킨토시(캐나다)는 2006년생이다. 매킨토시는 28일 수영 여자 400 자유형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고, 이날 개인혼영에서는 2위와 격차를 5초 이상 벌리며 여유 있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7년 3월생 취안훙찬(중국)은 이번 대회 다이빙 여자 10 플랫폼에서 벌써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취안훙찬은 14세이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같은 종목에서 이미 우승한 경력이 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