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30일 한국형 외국대리인등록법(FARA·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을 대표발의했다. 이른바 ‘수미 테리’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 일어나는 외국 정보기관과 공작원 등의 위법하고 무분별한 활동에는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최 의원은 이날 한국에서 외국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대리인의 등록 및 업무수행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대리인이 법무부에 등록하지 않고 활동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대리인은 한국에서 외국당사자(외국 정부·정당·법인, 외국인 등)의 대리인·대표·피고용인 등의 자격으로 외국당사자를 위해 직·간접적인 지시, 명령, 통제에 따르는 개인, 법인, 단체 등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 연방 검찰은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FARA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미 정부에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대리해 일했다는 혐의다. 이에 ‘한국형 FARA’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정원 역시 이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최수진 의원실은 수미 테리처럼 활동하는 대리인과 공작원들이 국내에도 많고, 이들이 한국 정부의 대외정책 동향을 파악해 언론을 상대로 본인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주입하며 한국의 정치·사회에 영향을 미치려는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국내 실정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정보당국이 서울 송파구에서 운영되던 중식당 ‘동방명주’가 영사 영무 대리 수행, 중국인 송환 업무, 중국 선전 활동 등을 하며 사실상 중국 정부의 비밀경찰서였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사례를 예로 들었다.
최 의원은 “외국대리인의 건전한 활동을 보장하는 동시에 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해 국가의 안전보장을 도모하는 데 법의 목적이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대상이 돼 벌어지는 ‘수미 테리 사건’ 같은 논란에도 완충재 역할을 할 것이고, 중국 동방명주 같은 세력도 발붙일 틈이 없어 공작에 의한 민주적 의사 형성과정의 왜곡이 방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최 의원은 “이미 미국, 호주, 싱가포르는 외국대리인등록법이 존재하고, 불특정한 외국 정보기관의 영향력 공작 활동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제정안의 외국대리인 등록 및 관리를 통해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도청, 요인 포섭 활동을 억제하고 언론과 여론을 조작하는 악성 영향력 공작 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