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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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빈아, 고마워”…임종훈, 입대 20일 앞두고 병역특례 확정 [파리 2024]

임종훈·신유빈, 탁구 혼복 동메달

국제무대서 2년 동안 호흡 ‘척척’
세계랭킹 4위 홍콩 조에 4-0 완승
신 ‘바나나 플릭’ 잇단 득점 성공
임 ‘포핸드 드라이브’ 상대 맥 못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이 펼쳐진 30일(현지시간)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 ‘삐약이’ 신유빈(20·대한항공)이 자신의 주특기인 ‘바나나 플릭’(백핸드 드라이브)으로 득점을 성공시키자 자신의 별명답게 병아리 울음소리를 연상시키는 ‘얍~’ 기합소리가 체육관에 울려 퍼졌다. 이에 질세라 파트너 임종훈(27·한국거래소)도 화려한 포핸드 드라이브를 스트레이트 코스로 꽂아 넣으며 상대 선수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승리의 기쁨 탁구 한국대표팀 신유빈(왼쪽), 임종훈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을 완파한 뒤 태극기를 들고 한국 응원단에 인사하고 있다. 파리=뉴스1

이날 사우스 파리 아레나4는 동메달 결정전 직후 열리는 중국의 왕추친-쑨잉사의 결승을 응원하기 위해 대규모의 중국인들이 몰려들어 오성홍기가 관중석에 가득했다. 그들은 사실상 같은 나라인 홍콩 선수들을 응원하며 “자여우”(加油·힘내라)를 매순간 연호했지만, 임종훈과 신유빈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플레이를 유지했다. 웬만한 남자 선수 못지않은 파워를 자랑하는 신유빈의 포핸드, 백핸드 플레이에 홍콩의 남자 선수인 웡춘팅도 맥을 못 추는 모습이었다.

 

2022년부터 혼합복식 조를 꾸려 지난 2년간 수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해 호흡을 맞춘 혼합복식 세계랭킹 3위 임종훈과 신유빈은 세계 4위 웡춘팅-두호이켐 조(홍콩)를 상대로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공격으로 몰아붙이며 게임 스코어 4-0(11-5 11-7 11-7 14-12) 완승을 거뒀다. 신종훈과 신유빈의 동메달에 힘입어 한국 탁구는 2012 런던에서의 남자 단체전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임종훈 개인 입장에선 이날 승리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올 법 하다. 임종훈은 다음달 19일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이날 따낸 동메달을 통해 임종훈은 입대 날짜 20일을 앞두고 병역 특례 혜택을 확정지었다. 신유빈이 ‘합법적 병역 브로커’ 역할을 해낸 셈이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임종훈과 신유빈은 서로 얼싸안고 메달 획득의 기쁨을 만끽했다.

임종훈과 신유빈이 3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 홍콩 웡춘팅-두호이켐 조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동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신유빈은 “승리해서 너무 기쁘다. 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저보다 오빠가 더 힘들었을 텐데 내색도 안하고 잘 받아줘서 고맙다”라고 승리의 공을 돌렸다.

이에 임종훈도 “모든 건 유빈이와 함께 복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빈이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뿐”이라면서 “병역 면제가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이런 내가 이상한가 싶었지만, 대표팀 동료인 (장)우진이형이 ‘신경 안 쓰이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해줘서 인정하기로 했다.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정해놓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 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파리=남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