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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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뚫고 도착, 예비군훈련 무단불참 처리” vs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지난해 예측 불가능 교통체증 등으로

예비군 훈련 지각할 시 30분 넘겨도 ‘입소 허용’ 권고해

지난주 폭우 때문에 도로가 침수돼 길을 돌아가느라 예비군 소집에 늦었는데 '무단 불참'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YTN 캡처

군은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기록적인 폭우가 잦아진 만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31일 YTN에 따르면 지난 17일 수도권 소재 한 훈련장에서 예비군 훈련이 예정돼 있던 A 씨는 새벽부터 내려진 호우 경보에 9시인 입소 시간 1시간 10분 전에 집을 나섰다.

 

평소 30∼40분 걸리는 거리라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무섭게 쏟아지는 비에 도로가 잠기고 극심한 정체도 이어졌다.

 

그는 "도로는 다 침수가 되어 있었고, 우회로 역시 완전 통제가 됐다"고 전했다.

 

돌고 돌아 결국 출발하고 두시간이 훌쩍 지난 9시56분에야 훈련장 앞에 도착했지만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9시 반까지 도착한 사람들만 입소를 허용해주고, 나머지는 모두 훈련에 '무단 불참'한 것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 때문.

 

관련 규정을 보면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상황으로 늦을 경우, 부대장 판단에 따라 9시 반까지만 입소 시각을 연장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입구에서 한참을 항의하던 A 씨는 결국 훈련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군 측은 "지각한 사람들을 다 받아주면 훈련이 지연되고 제때 온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어 "무단 불참 처리됐더라도 3차까지 추가 훈련 기회가 부여되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 씨는 적어도 천재지변만큼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정이 정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근 기록적인 폭우가 잦은 데다 훈련장도 주로 외곽지역에 있는 만큼 관련 논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예측 불가능한 교통 체증 등으로 인해 예비군 훈련에 지각할 경우 30분을 넘기더라도 입소를 허용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