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조나단 팝 “오페라 잘 하려면 이탈리아어 발음·말맛 중요”

이탈리아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오페라 본고장 성악 교육 전수
예술의전당과 손잡고 7월30일∼8월2일 한국 차세대 성악가 교육

“노래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이탈리아어를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조나단 팝)

 

“한국 성악가들은 표현할 때 자꾸 멈추거나 벽이 느껴지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그게 참 아쉽습니다”(소프라노 박혜상)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조나단 팝(왼쪽부터) 예술감독과 캔디스 우드 대표, 소프라노 박혜상이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컨퍼런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페라 본고장인 이탈리아의 성악가 교육기관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가 예술의전당과 손잡고 한국의 차세대 성악가 발굴에 나섰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나흘 일정(7월30일∼8월2일)으로 ‘벨칸토 오페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벨칸토는 ‘아름다운 노래’란 뜻으로 이탈리아 오페라의 아름답고 화려한 기교적 창법이다. 솔티 아카데미 창립자인 예술감독 조나단 팝과 지휘자 카를로 리치, 소프라노 바바라 프리톨리,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어 딕션(정확한 발음 등 전달력) 전문가 스테파노 발다세로니, 솔티 아카데미 장학생 출신인 소프라노 박혜상이 교수진으로 참여한다. 솔티 아카데미는 20세기 명지휘자 중 한 명인 게오르그 솔티(1912∼1997)의 예술적 유산을 좇는다.

 

조나단 팝 예술감독은 무엇보다 이탈리아어 발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대부분 오페라가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벨칸토 오페라이기 때문이다. 

 

팝 감독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이탈리아어 모음과 자음, 문장을 낭독했을 때 어떻게 감정이 전달되고 표현되는지를 가르친다”며 “이탈리아어가 모국어가 아닌 성악가들이 불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발견해 잡아주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조나단 팝(왼쪽부터) 예술감독과 캔디스 우드 대표, 소프라노 박혜상이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컨퍼런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프라노 박혜상은 “한국 성악가들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못한다”며 “노래를 부를 때 정확한 이탈리아어 뉘앙스(말맛)를 살릴 수 있다면 음악적 효과가 극대화될 뿐만 아니라 무대 전체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상은 직접 이탈리아어로 벨리니 오페라 ‘카플렛가와 몬테규가’ 중 아리아 ‘아아, 몇 번이던가’의 한 구절을 부르면서 발음이 정확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차이점을 쉽게 설명했다. 

 

오페라 음악에 대한 해석 능력과 발성 기술 등도 이번 교육 프로그램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다.

 

팝 감독은 “이탈리아어나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이해는 나중에 가르치면 된다”며 “오페라 공연에 맞는 목소리 색깔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조언과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조나단 팝(왼쪽부터) 예술감독과 캔디스 우드 대표, 소프라노 박혜상이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컨퍼런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주요 오페라 극장 무대에 자주 선 박혜상은 한국 성악가에 대해 ‘노래는 잘하는데 인형 같다’거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곤 했다며 “오페라를 잘 부르기 위해선 유연함과 자유로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곡예를 하듯이 선을 넘지 않는 감정 표현으로 항상 경계를 지키며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뽑힌 우수 참가자는 내년 이탈리아 투스카니에서 개최되는 솔티 아카데미 벨칸토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수업료와 숙박료가 전액 지원된다. 

 

캔디스 우드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대표는 “한 번에 12명씩 참여하기 때문에 진짜 가족 같다”며 “단순히 코스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모든 연락처와 네트워크를 공유해 학생들이 커리어(경력)를 잘 쌓도록 돕는다”고 했다. 그는 “커리어에서 가장 힘든 시기는 졸업을 하고 아티스트로서 무대에 서기 전”이라며 “매니저나 후원자가 있는 것도 아닌 이 시기에 아카데미가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