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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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하게 전기 많이 쓰네”…베트남서 덜미 잡힌 도박사이트 운영 일당

“한국에서 휴가 시 서로 접촉 말 것” 행동 강령도 만들어

베트남에 사무실을 두고 판돈 총 180억원대에 달하는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31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범죄단체조직, 도박장소개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송환되는 도박사이트 운영자. 경기남부경찰청 영상 캡처

A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바카라 등 도박을 하는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무실은 베트남 하노이와 경기 시흥시에 각각 차려 두었다.

 

이들은 범죄단체조직을 만들고 조직원별로 총책, 관리자, 팀장, 팀원 등으로 지위와 역할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동 강령을 만들어 생활규칙 등을 정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규칙에는 “보안을 위해 외출 시 항시 마스크를 착용한다”, “개인 소셜미디어, 신용카드 사용을 금지한다”, “신입은 한달 동안 외출을 금지한다”, “한국에서 휴가 때 따로 만나지 말라”, “마약이 적발되면 바로 퇴사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지분을 보유한 관리자급 조직원 8명은 “서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의 각서에 지장을 찍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조직이 베트남에서 만든 ‘생활규칙’. 경기남부경찰청

이들의 범행은 베트남 공안이 지난 4월 ‘하노이 외곽의 고급 주택단지에 한국인 남자들이 드나드는데 유독 전기료가 많이 나와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베트남 공안은 현장을 단속한 후 관련 내용을 경찰청 국제협력관실에 공유, 공조수사했다.

 

경찰은 베트남 공안이 압수한 도박 자금 장부와 현장 사진 등을 전달받고 현지에서 검거된 피의자 5명 전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지난달 29일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베트남 공안으로부터 피의자와 압수 증거물을 넘겨받았다. 베트남 공안에게 받은 증거물에는 PC, 휴대전화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피의자 조사, 증거물 분석 등을 통해 투자자·운영팀·홍보팀 등 조직원 12명을 추가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이 운영한 사이트의 판돈이 약 1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불법 도박사이트.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찰은 이들 조직 외에도 2018년부터 최근까지 7년 동안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1000억원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 12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인당 월 500만~2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121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기소 전 추징 조처했으며,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강나윤 온라인 뉴스 기자 k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