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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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새 사무총장, 헤이그∼브뤼셀 출퇴근하나?

브뤼셀 시내에 나토 사무총장 관저 있어
뤼터 “입주 안 하고 출퇴근하면 안 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차기 사무총장으로 확정된 마르크 뤼터 전 네덜란드 총리의 근황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그가 총장 취임 후에도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로 이사하는 대신 네덜란드 헤이그의 사저에 머물며 출퇴근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현재 57세인 뤼터는 2010년부터 14년가량 총리로 일하고 최근 나토 사무총장이 되기 위해 물러났다.

나토 사무총장 취임을 앞둔 마르크 뤼터 전 네덜란드 총리가 현직 시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언론에 따르면 나토 사무총장에겐 브뤼셀 최고급 주택가에 있는 호화로운 저택이 관저로 제공된다. 방이 약 20개나 되는 이 관저의 시세는 1200만유로(약 180억원)로 평가된다. 관저와 그 주변은 내로라라는 사업가 등 부자와 명사들이 모여 살아 흔히 ‘억만장자의 동네’로 불린다. 당연히 폐쇄회로(CC)TV 등 각종 보안 장치가 빽빽하게 설치돼 행여 불순한 침입자는 없는지 감시한다. 2014년부터 10년 가까이 재임하고 오는 10월 물러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현재 이 관저를 사용하고 있다.

 

뤼터는 네덜란드는 물론 유럽을 통틀어 가장 소탈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총리로 일하는 동안에도 네덜란드 정부 총리실이 위치한 공관에 입주하지 않았다. 대신 사저인 헤이그의 아파트에서 총리 공관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길을 택했다. 그가 총리로 재직하던 기간 공관은 오직 각료들이 참석하는 회의와 외국 정상들을 위한 환영 행사 등에만 쓰였을 뿐이다. 뤼터를 오랫동안 취재한 어느 네덜란드 기자는 인터뷰에서 “나토 사무총장이 된다고 해서 뤼터가 기존의 생활 방식을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뤼터는 항상 헤이그의 작은 아파트에서 편하게 살고, 경호 없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며, 주말마다 헤이그에 있는 전통 시장을 방문하는 삶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뤼터는 얼마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헤이그에서 브뤼셀까지 출퇴근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그러면서 “최소한 주말만큼은 헤이그에서 보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르크 뤼터 전 네덜란드 총리(왼쪽)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스톨텐베르그가 오는 10월 임기만료로 물러나면 뤼터가 그 뒤를 이을 예정이다. 나토 홈페이지

헤이그에서 브뤼셀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차로는 약 1시간 30분, 버스로는 3시간 30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토 사무총장의 바쁜 일정을 감안하면 출퇴근하기엔 너무 먼 거리다. 더욱이 나토 사무총장은 테러 집단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호와 보안을 위해서라도 동선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뤼터가 평일은 브뤼셀의 관저에서 지내고 대신 주말은 지금과 같이 헤이그에서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브뤼셀 관저도 외빈 맞이 등 공식적인 행사 때에만 사용하고 일상적인 생활 공간은 브뤼셀 시내의 다른 소박한 주택에 마련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벨기에 안트베르펜 대학에서 유럽 정치를 가르치는 어느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그에 따른 나토 역할 확대를 거론하며 “브뤼셀 관저이든 헤이그 아파트이든 뤼터가 그곳에 머무는 시간은 얼마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토 사무총장 임기 내내 세계 각국을 방문하고 외국 정상들과 만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