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이 됐지만, 전공의들은 복귀를 거부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복귀할 바에야 차라리 해외로 진출하거나 대기업, 제약회사 등으로 가겠다며 '의대 증원 재검토' 등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올해 하반기 인턴과 레지던트를 모집하는 126개 의료기관은 이날 오후 5시 지원서 접수를 마감한다. 모집하는 전공의 숫자는 총 7천645명이다.
정부는 사직 후 하반기 모집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게는 '수련 특례'를 주겠다고 밝혔다. '동일연차·과목 지원 제한'을 없애고, 추가 전문의 시험을 치르게 해 주는 등 최대한 복귀를 돕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례는 하반기 수련과정으로 복귀하는 전공의에 한정되며, 내년에 돌아오는 전공의는 적용받지 못한다.
이러한 정부의 전략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은 '이미 수련 현장을 완전히 떠났다. 마감일도 몰랐다', '사직한 목표(의대 증원 반대 등)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돌아갈 이유가 없다'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A씨는 "주변 지인들 모두 수련 현장을 완전히 떠나서 '가을턴'(하반기 전공의 모집) 관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며 "접수기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미 7월 중순부터 '미용 의사'로 계약했다는 A씨는 "'한국에서 의사 못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주변을 보면 외국계 제약회사, 대기업 등 다양한 곳으로 직장을 많이 옮겼다"고 전했다.
서울의 다른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B씨도 "동료들과 가을턴에 대해 따로 대화한 적이 없다"며 "처음에 사직하고 나올 때의 목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니 가을턴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건 수련 특례에 대해서는 "뭐가 특례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수련 기간을 단축해 준다면 병동·중환자실에서 배우는 시간이 줄어들고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진다. 그 전공의들이 상급 연차가 되면 그 아래 연차에는 더 큰 문제가 생길 텐데, 의사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문의 시험을 조금 일찍 보는 것은 사직 전공의 입장에선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수련 기간이 조정된다면 나중에 전공의 모집에도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정부가 전문의 배출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 C씨도 "가을턴은 사태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존 전공의 수련 체계에 회의를 느끼고 일반의로서의 삶을 고민하는 사직 전공의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돌아오기를 바란다면 (정부가) 의미 없는 호소만 하지 말고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의대 정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타협해야 하며, 의료자본만을 대변하는 의료개혁특위 대신 다른 기구에서 수련체계와 법적처벌 부분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씨는 "대학병원 재정이 심각한 상태라고 들었다"며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각오를 한다면 지방·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사활을 거는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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