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기후대응댐 신설 계획에 대해 해당 지방자치단체들 반응이 ‘찬성’과 ‘반대’, ‘입장 보류’로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선 신규 댐 건설에 환영한다는 입장인 반면 별다른 재해 예방 효과 없이 수몰 예정지로 편입된 지역 주민들은 강력 반대하고 있다.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댐 신설 후보지로 발표된 일부 지자체는 유불리를 따지며 입장 표명을 보류하는 분위기다.
31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기후위기에 따른 극한 홍수와 가뭄 피해를 줄이고 미래 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14개의 신규 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자 해당 지자체들은 환영과 반대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먼저 수해 예방과 홍수조절을 위해 거제시와 의령군에 댐 건설을 건의해 온 경남도는 곧바로 환영입장을 냈다. 의령군은 댐 건설로 매년 되풀이되는 홍수피해 예방과 농업, 하천 유지수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울주군 회야강에 홍수조절용 댐을 건설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울산시도 “댐 하류지역 주민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고, 울산시 자체 수자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전남 순천시는 옥천에 홍수조절댐을 짓겠다는 정부 발표에 “시설물 안전과 홍수조절 능력을 확보하고 생태기능 유지를 위한 용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댐 시설물을 최대한 개방, 다양한 휴식 문화공간 조성으로 관광객 유입 등 지역개발 효과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환영했다. 과거 3차례 댐 건설을 추진한 충남도는 “용수 부족과 2022년, 2023년 청양군 지천이 범람해 주변 지역에 1184억원의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댐 건설 환영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강원·충북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다목적댐 도입을 추진해온 강원 삼척시는 지역 편익 증대 등을 이유로 찬성했지만, 양구군은 주민 피해와 희귀 동식물 서식지 수몰 위기를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양구군은 1973년 소양강댐 건설로 이미 상당수 마을이 수몰돼 삶의 터전을 잃어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신규 댐이 건설되면 1000년 역사를 지닌 고찰 두타사는 물론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와 산양 서식지까지 모두 물에 잠기게 된다”며 “지역주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댐 건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충북 단양군 역시 단양천에 용수전용댐이 건설되면 절경을 자랑하는 선암계곡이 물에 잠기고 자연휴양림과 야영장 등 관광시설도 쓸모가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충주댐 건설로 고향이 수몰된 아픔을 또 겪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단양군 관계자는 “환경부가 선정한 14곳 중 9곳은 지자체 신청에 의한 선정이고 5곳은 정부의 일방적 선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단양군은 (댐 건설을) 신청하지 않았다”며 “이번 단양천의 댐 후보지 선정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용수 전용댐이 예정된 전남 화순과 낙동강권역인 경북 청도는 주민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화순군 관계자는 “댐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찬성하거나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가 곤란하다”며 “주민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리겠다”고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