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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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석열·한동훈 독대 바람직… 당정 갈등 해소 계기 삼아야

그제 90분간 당직 논의 등 소통
두 사람이 반목하면 여권은 공멸
위상 존중하고 포용력 발휘하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그제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1시간 30분가량 회동을 가졌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만 배석한 사실상의 독대다. 7·23 전당대회 이튿날 새 지도부와 대통령실 참모 등 27명이 함께 만난 이후 엿새 만이다. 7·24 만찬에서도 두 사람은 화합하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회동 형식을 놓고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두 사람이 허심탄회한 소통을 하기에는 여러 면에서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전당대회 이후 두 사람의 첫 독대에는 여러 긍정적 의미가 실린다.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덕담을 주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대표가 당을 잘 아우르고 포용해 달라”고 당부했고, 한 대표는 “대통령님 걱정 안 하도록 잘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다음 모임도 기약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당직 개편과 관련해 “당 대표가 알아서 잘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어제 친한계 서범수 사무총장은 사실상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그동안 친윤계인 정 정책위의장 유임 여부를 놓고 친윤계와 친한계는 갈등을 빚어왔다.

20여년간 검찰에서 끈끈한 인연을 맺어 온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총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과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으며 관계가 틀어졌다. 총선 패배 직후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회동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대표 경선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갈등은 폭발 일보 직전까지 치달았다. 윤 대통령이 친윤계를 내세워 한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원희룡 후보를 지원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두 사람이 다시 관계 회복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민감한 현안에 여권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두 사람의 관계 개선은 필요하다.

두 사람은 대통령실과 여당이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불화하면 정권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 여당은 108석의 소수파이고 거야는 대통령 탄핵 공세에 시동을 건 와중이다. 두 사람은 이인삼각 경기를 한다는 인식 속에 화합해야 한다. 바람직한 당정 관계를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위상을 존중해야 한다. 또 수직적 관계를 종용하거나, 친윤계를 동원해 당무에 개입해서도 안 된다. 한 대표도 역지사지하며 계파를 아우르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난국을 헤쳐나가고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