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 수출 호조세를 반도체·방산 등이 이끌었다는 분석이 해당 분야 대표 기업의 2분기 실적에서 재확인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만 6조원을 넘게 벌어들인 ‘깜짝 실적’을 신고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400억원으로 전년 동기(6700억원) 대비 1462.29% 증가했다고 31일 밝혔다. 액수로는 무려 9조78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매출은 74조7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23% 늘었다.
실적 개선을 이끈 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었다. 지난해 2분기 4조3600억원의 적자를 냈던 DS부문의 이번 영업이익은 10조8100억원이 증가해 6조4500억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지난해 기록한 ‘15조원 적자’의 그림자를 말끔히 털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DS부문 매출은 28조5600억원으로 2022년 2분기 이후 8분기 만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약 28조5000억원)를 넘어섰다.
DS의 부활을 알린 것은 메모리 시장 가격 상승과 최근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등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생성형 AI 서버용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에 적극 대응한 덕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이날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50% 이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하반기에도 DS부문이 삼성전자의 호실적을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AI 서버 투자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수요도 늘어날 예정이라서다.
삼성전자도 이에 맞춰 HBM 5세대인 HBM3E 8단 제품을 3분기 내 양산하고 12단 제품도 하반기에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김 부사장은 “캐파 확대가 맞물리며 HBM 매출 비중이 더욱 늘 것”이라며 “매 분기 2배 내외 수준의 가파른 증가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3.5배를 상회하는 매출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경험(MX)과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이 포함된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매출(42조70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지만, 영업이익(2조7200억원)은 전년 대비 1조1100억원 줄었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올라 수익성이 하락하고 2분기 스마트폰 시장 비수기로 수요가 줄어든 것이 주효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7860억원, 영업이익 3588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각각 지난해 2분기 대비 46%, 357% 늘어난 수치로,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호실적의 배경은 방산부문에서 증가한 수출의 영향이 크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자주포 ‘K9’과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다연장 로켓 ‘천무’의 수출이 본격화하면서다. 특히 지난 1분기에 일시적으로 감소한 폴란드 수출이 2분기에는 K9 6문과 천무 18대가 공급되면서 해외 매출(7614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5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 말 기준 수주 잔액도 약 30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하반기에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액은 2021년 말 5조1000억원이었으나 2022년 폴란드와의 수출 계약을 시작으로 해마다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