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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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역사 두타사도 수몰”… 양구군 댐 후보지 주민들 ‘반발’ [밀착취재]

환경부가 발표한 신규 댐 후보지에 강원 양구군이 포함되면서 마을이 물에 잠기게 된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31일 양구군에 따르면 양구군 방산면 수입천 일대에 댐이 건설되면 송현2리 마을 일부가 물에 잠기게 된다. 앞서 환경부는 기후위기가 현실화함에 따라 홍수·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미래 물 수요를 맞추겠다며 전국에 건설 예정인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양구 수입천. 양구군 제공

댐 건설 예정지에 양구 방산면 수입천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양구군 송현2리에 사는 주민 김모씨는 “댐이 건설되면 10여 가구가 수몰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고향을 떠나 이사가야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주민들도 농사는 물론 생활 전반에 많은 불편함이 생길까봐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댐이 건설되면 고방산 인근에 위치한 3만1000평 농지와 주택, 펜션, 창고 등이 수몰된다. 뿐만아니라 수입천 상류와 송현2리 등 마을 상당수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포함될 것으로 양구군은 판단하고 있다.

 

수입천을 중심으로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 상인은 “물줄기를 따라 민박과 펜션, 식당들이 영업 중”이라며 “댐이 건설돼 물줄기가 달라지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자연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주민 박모씨는 “1000년 역사를 지닌 고찰 두타사도 수몰될 수 있다고 한다. 수입천 일대는 열목어와 산양 최대 서식지기도 하다”며 “환경파괴를 하면서까지 이곳에 댐을 건설해야 하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주민들은 방산면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군청과 함께 댐 건설 백지화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양구군은 1973년 소양강댐 건설로 이미 수인리와 웅진리, 원리 등 상당수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은 바 있다. 또 도로가 끊겨 육지 속의 섬으로 전락하면서 지역경제가 주저앉았었다.

 

군은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간 양구를 댐 건설 후보지에서 제외해달라고 정부에 지속해서 건의해왔다. 당시 환경부는 댐 건설을 희망하는 지자체도 있으니 주민이 반대하면 건설하기 어렵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을 했다는 것이 양구군 설명이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양구군민들은 소양강댐 건설 이후 수없이 많은 고통을 인내하며 극복해왔다”며 “군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양구군에 또 다른 댐을 건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댐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양구=배상철 기자 b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