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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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안 보이는 ‘레이저 빔’으로 드론 태운다… 軍 시연회 개최

軍 첫 레이저 무기 ‘블록-Ⅰ’ 시연

1회 발사비용 2000원 가성비 갑
사거리 2∼3㎞… 광학장비로 포착
“쐈는지도 몰랐는데 불붙어 추락”
연내 실전 배치… 세계 최초 전력화

30일 오후 충남 태안 소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장. 하늘을 배경으로 가로세로 약 50㎝ 크기의 드론이 떠올랐다. 중국 DJI사의 팬텀4 기종으로 몸체는 플라스틱으로 구성됐다.

 

ADD 관계자의 지시가 내려지자 1㎞쯤 떨어진 곳에 있던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이 드론을 포착, 레이저를 발사했다. 실제로 레이저를 쐈는지 여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으나, 몇 초쯤 지나자 드론에 불이 붙더니 아래로 떨어졌다. 드론 밑에 있던 건물의 지붕에서 ‘퍽’ 소리가 났다.

지난 30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열린 레이저 대공무기 시연회에서 드론이 레이저에 맞은 직후 동체가 불타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이날 방위사업청은 국방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레이저 대공무기 시연회를 개최했다. 시연회에선 국산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의 작동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카메라와 거리측정기 등으로 구성된 전자광학장비로 드론을 포착하면 20kw 출력의 광섬유 레이저를 드론에 쏜다. 섭씨 700도 이상의 열에너지로 드론을 태워버림으로써 무력화하게 된다.

 

1회 발사에 드는 비용이 2000원 정도에 불과해 가성비가 매우 우수하다. 사거리는 2∼3㎞ 정도다. 레이저 대공무기가 본격적으로 실전 배치되면, 기존의 미사일·대공포 위주의 방공망이 지닌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은 컨테이너 크기의 녹갈색 박스 모양을 띠고 있는 발사장치 위에 빔집속기가 설치된 형태였다. 발사장치에는 레이저를 생성해서 충분한 에너지를 지닌 채 일직선으로 날아가도록 하는 장비들이 탑재됐다. 내부 제어실엔 사격통제반장을 비롯한 3명의 요원이 탑승한다. 발사장치 위에 있는 빔집속기는 발사장치에서 만들어진 레이저를 쏘는 장비다. 해당 장비에는 전자광학(EO)·적외선(IR) 카메라가 설치되어 표적을 조준한다. 에어컨 실외기보다 훨씬 큰 소음을 내는 냉각장치와 높이 7의 표적위치확인장치도 있었다.

ADD가 개발 중인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1의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은 지난해 4월 전투용 적합 판정이 내려졌으며, 지난 6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위사업청이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안에 군에 인도되어 국가 핵심시설을 드론 등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는 무기로 운용될 예정이다. 레이저 무기가 정식으로 군에 실전 배치되는 것은 한국이 세계 최초다.

 

ADD와 방위사업청은 출력을 30kw로 높이고 표적위치확인장치와 레이저 발사장치 등을 대형 트럭에 탑재해 기동성을 높인 블록-Ⅱ 을 만들 예정이다. ADD는 향후 레이저 출력을 더욱 강화하면 드론보다 두께가 두꺼운 박격포탄과 미사일 등도 격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흥=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