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는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되면 자진사퇴 대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는 정면 돌파 카드가 유력시된다. 탄핵과 자진사퇴를 반복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헌재 판단을 바탕으로 역공을 노리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탄핵을 또 하게 되면, 이번에는 헌재 결정을 기다려보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며 “정부로서도 고민되는 지점인데, 민주당이 먼저 한 일이지만 언제까지 자진사퇴와 임명을 반복할 것이냐 하는 점에서 차라리 이번에 결론을 짓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의 배경에는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 선임을 의결하고 나면 당장 시급한 현안이 없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에서도 이 위원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에서 각하 또는 기각 판단을 받아서 법적 정당성을 증명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소속 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은 통화에서 “헌법재판소에 가서 야당 탄핵의 부당성을 증명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며 “이 위원장 역시 본인이 사표 내지 않고 끝까지 하겠다는 입장이다”라고 했다.
과방위 여당 측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통화에서 “방통위 ‘2인 체제’는 민주당이 원인 제공자”라며 “탄핵은 원인무효 적반하장으로 각하되겠지만, 탄핵 재판 중 정부 업무가 중단되기 때문에 판단은 위원장 개인과 정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일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 당시 기자들과 만나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전임 방통위원장 두 분이 단 세 달, 여섯 달 만에 직에서 물러난 것을 목도하고 그 후임으로 지명됐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두 분은 업무 수행에서 어떤 불법적인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탄핵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방송과 통신을 담당하는 기관의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리를 떠난 분들”이라고 옹호했다. 이 위원장의 전임자인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은 탄핵안 표결 전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여권 한 관계자도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고 있는데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면 쉽게 탄핵 결정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탄핵안이 헌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면 그 역풍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달간 방통위 업무가 중단되면 교육방송을 포함한 공영방송의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될 텐데 이로 인한 책임을 야당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