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에서 선수로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코치로 금메달을 딴 지금이 훠어어어얼씬 기쁘고 행복합니다”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 3연패 달성에는 2012 런던 올림픽 사르브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원우영 코치의 공헌이 있었다. 선수와 코치로 딴 금메달 중 어느 것이 더 좋냐는 질문에 원 코치는 딱 잘라 코치로 따낸 이번 파리에서의 금메달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원 코치가 이끄는 오상욱(대전광역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으로 이뤄진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르브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원 코치는 2012 런던에서 오은석과 김정환, 구본길과 함께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한국 펜싱 역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이었다. 12년이 지난 2024년, 원 코치는 지도자로 파리에 입성했고, 오상욱의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남자 단체전 금메달까지 이끌며 지도자로도 성공했다.
선수보다 코치로 딴 금메달이 더 좋은 이유를 묻자 원 코치는 “지도자 생활이 더 힘들더라. 선수 때는 솔직히 나만 잘하면 됐다. 지도자는 선수들 전체를 챙겨야 하고, 전체적인 운영도 다 제가 해야 했다. 그런 게 복합적으로 머릿 속에 스쳐지나가면서 기쁨이 훨씬 컸다”라고 답했다.
결승에서의 승리에는 8강과 4강에서는 투입되지 않았지만, 결승 7바우트에 투입되어 5-0 퍼펙트를 기록한 도경동의 깜짝 활약이 있었다. 도경동이 투입되기 전만 해도 30-29 접전이었지만, 도경동이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내리 5점을 따내면서 35-29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사실상 금메달을 가져온 순간이었다.
도경동의 투입은 원 코치와 선수들이 여러 상황을 수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나온 작전이었다. 원래는 8바우트에서 박상원 대신 나서는 게 플랜A였지만, 경기 당일 7바우트에 투입하는 플랜B로 바꿨다. 원 코치는 “개인전이 끝나고 다음날부터 미팅을 했다. 원래는 박상원 대신 8바우트에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 와서 즉흥적으로 바꿨다”라면서 “상대 헝가리 선수들이 어떻게 투입되는지를 상황을 보면서 결정한 것이다. 상대가 7바우트에서 세 번째 선수를 넣더라. 그때 도경동을 투입하는 게 맞다 싶었다. (구)본길이에게 두 바우트만 맡기고 경동이를 넣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준비를 해서 나섰는데 제대로 먹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동이가 들어가서 5-0을 하는 순간 거의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짜릿한 쾌감이 있었다”라면서 “사실 5-0까지는 해줄지 몰랐다. 5-1이나 5-2만 해줘도 좋겠다 싶었는데, 경동이가 키도 크고 스피드도 좋은 선수다. 너무나 완벽하게 해줬다”고 덧붙였다.
도경동은 피스트에 오르기 전 원 코치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원 코치는 “도경동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끝났다’ 싶었다”라면서 “훈련을 단 한번도 빠지지 않은 성실한 선수다. 올 시즌 내내 꾸준히 훈련에 매진하고 팀원들과의 관계도 원활하게 이어주는 선수다. 인성도 너무 좋다. 우리가 세계랭킹을 1위로 유지하면서 올림픽에 올 수 있었던 것도 경동이가 월드컵에서 마지막을 다 이겨줬기에 가능했다. 저는 정말 선수 복이 많은 지도자다”라며 제자를 한껏 치켜세웠다.
정상은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려운 법이라지만, 원 코치는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애칭)의 다음 목표로 ‘올림픽 10연패’를 제시했다. 웃음기 없는 진지한 선언이었다. 원 코치는 “정말 할 수 있다. 못하란 법이 있나”라며 계속된 '어펜져스'의 시대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