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쓰려는 자는 세계 최강일지라도 역시 부담감을 피할 수 없었다. 세계 랭킹 1위의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이 “조금 숨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이런 부담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극복 중인 안세영은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에 올라 금빛 스매시를 준비하고 있다.
안세영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펼쳐진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조별 예선 2차전에서 치쉐페이(프랑스·53위)를 2-0(21-5 21-7)으로 완파했다. 안세영은 조별 예선에서 2승 무패로 16강에 진출했고, 대회 1번 시드를 받아 부전승으로 8강에 무혈입성했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안세영의 어깨는 무거워지고 있다. 안세영은 이날 승리 뒤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고, 지면 끝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좀 숨도 막힌다”고 털어놨다. 안세영은 이어 “나도 모르게 부담감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더라”며 “‘무조건 이겨야 하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실수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부터 하고 있으니 몸이 굳고 되던 것도 안 되더라. (주변에서)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즐기라고 하는데 되게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세영의 스매시는 점차 강렬해지고 있다. 안세영은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코비야나 날반토바(불가리아)를 2-0으로 꺾었으나, 실수가 잦는 등 불안한 경기력을 노출했다. 그러나 이날 2차전서 무결점의 경기 운영을 보여 최강자다운 면모를 자랑했다. 안세영은 “첫 경기는 부끄러운 경기였다. 오늘은 여유롭게 하려고 하니까 좋은 경기력이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8강에서 안세영은 ‘라이벌’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 수파니다 카테통(태국)의 16강전 승자와 맞붙는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당한 부상 후유증은 이제 걱정거리가 아니다. 안세영은 “(부상) 생각도 안 날 정도로 괜찮아졌다. 테이핑은 예방 차원에서 하는 거니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며 “많이 응원해주시고, 관심을 갖는 만큼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