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이광형 총장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는 ‘질문이 재능이 되는 시대’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그는 아이에게 진짜로 필요한 역량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만들어 나가는 힘’이라고 주장했다. 질문하는 힘은 인간이 살아오는 동안 늘 중요했다. 인간은 세상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학습력과 사고력, 창의력을 키워 왔고 삶에 필요한 것을 발견하고 발명해 왔기 때문이다.
인간의 질문하는 힘은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인간이 인공지능(AI)에 밀리지 않고 살아가려면 기계가 수행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문제에 대한 해결력, 창의력, 타인과의 소통 능력 등을 갖추어야 하는데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고자 하는 힘은 이러한 역량을 기르는 출발점이 된다. 따라서 학교 교육은 앞으로 아이들에게 스스로 질문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3월 교육부는 ‘질문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시·도교육청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 방안은 학생 질문을 끌어내는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강화하고, 학생의 자발적 질문이 일상화되는 학교 운영 모델을 발굴하여 확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힘을 길러 주려면 교사가 아이의 질문을 촉발하고 끌어내는 기술적 전문성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와 함께 교사의 학습자에 대한 관점, 수업풍토, 수업방식 등이 총체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교사는 가르치는 내용에 대한 아이들의 설명을 요구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배우는 내용에 대해 이유를 제시하고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설명을 계속해 주어야 한다. 이는 지난 4월 필자가 이 난(欄)에서 말했던 학습자 존중의 한 방식이다. 아이들은 그러한 권리를 인정받을 때 오답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다소 엉뚱할지라도 자유롭게 질문하고 생각한 의견을 말하면서 질문하는 힘을 키우게 된다.
둘째, 교사는 아이가 자기 나름대로 질문하고 학습할 수 있는 수업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질문은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에 대한 그들 나름의 탐색 활동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질문하면서 훨씬 잘 배운다. 하지만 아이들은 교사가 ‘모르는 것 있으면 물어봐’라고 얘기한다고 해서 곧바로 질문을 하지 않는다. 분위기를 파악하여 교사의 말이 진정성이 있다고 여길 때라야 비로소 질문을 한다. 아이들의 질문하는 힘을 기르려면 수업 시간 동안 아이들과 교사 사이에 활발하게 질문이 오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으며 생각을 키울 수 있도록 토론과 탐구 위주로 수업해야 한다. 아직도 학교급에 따라 정답 암기 위주의 수업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수업은 최대한 빠르게 특정 지식을 습득하게 함으로써 정형화된 문제에 답하는 데에는 유용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주어진 정답만을 확인하려 하고, 다르게 생각해 보거나 질문하지 않는다. 이제 이런 수업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아이들이 학습한 지식을 토대로 토론하고 탐구하며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교사는 진도 나가기보다는 학습자 맞춤형으로 수업해야 한다. 예정된 진도 나가기에 급급한 수업에서는 개별 아이의 특성과 능력, 이해도에 대한 고려는 뒷전에 놓인다. 그리고 아이의 질문은 진도를 나가는 데 방해가 된다고 억제된다. 맞춤형 수업에서는 아이들의 개별적 관심과 흥미, 필요, 학습 준비도와 이해 속도를 고려한다. 맞춤형 수업은 아이들에게 배운 내용에 대하여 자신의 관점에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만들어 나가는 기회를 훨씬 많이 제공한다.
앞으로 아이들이 인공지능에 지배당하지 않고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려면 질문하는 힘을 길러 주어야 한다. 교사는 이제부터 아이들이 수업 진도를 방해한다는 두려움 없이 이해할 때까지 설명을 요구하고, 자유롭게 질문하는 허용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토론하고 탐구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
김성열 경남대 명예석좌교수·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