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일본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펼쳐진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 이상급 16강전. 당시 20세 김민종(양평군청)은 우승 후보였던 하라사와 히사요시(일본)의 노련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배의 쓴맛을 봤다. 펑펑 눈물을 쏟은 김민종은 “내일부터 훈련을 다시 시작하겠다. 파리에선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제 그 다짐을 지키고 눈물이 아닌 기쁨의 포효를 할 때다. 남자 유도 최중량급의 ‘간판’ 김민종이 2024 파리 올림픽서 금빛 메치기로 한국 유도의 부활을 꿈꾼다. 김민종은 2일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100㎏ 이상급 경기에 출전한다.
김민종은 침체기를 겪던 남자 유도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인재다. ‘유도 강국’으로 군림했던 한국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부터 금맥이 끊겼다. 2020 도쿄 올림픽도 ‘노 골드’로 마친 뒤엔 남자 73㎏급 안창림 등 체급별 간판선수들이 은퇴하며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는 듯했다. 하지만 김민종 등 새 얼굴들이 국제대회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며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각종 전국 대회를 휩쓴 김민종은 고교 3학년 때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도쿄 올림픽에선 아쉬움을 겪은 김민종은 혹독한 훈련을 견디며 성장을 거듭했다. 이런 그의 노력은 올해 5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달콤한 결실로 돌아왔다. 세계선수권 남자 최중량급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딴 건 1985년 조용철 이후 39년 만이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가장 영예로운 무대인 올림픽 금메달이다. 지난 도쿄 대회 아픔을 설욕하고자 한다. 김민종은 “고된 훈련을 하다 보면 하루하루 죽을 것 같긴 하지만, 하늘을 감동시키고 메달을 받으려 한다”며 “이번 올림픽은 다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유도는 이번 대회 여자 57㎏급 ‘독립운동가의 후손’ 허미미(경북체육회)의 은메달이 가장 빛나는 메달이다. 남자 81㎏급 이준환은 세계 1위를 꺾고 깜짝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유도 강국의 향수를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금메달이 절실하다. 한국 유도의 마지막 금메달리스트는 2012년 런던의 김재범과 송대남이다. 김민종이 금빛 한판승을 통해 한국 유도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