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사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장(부회장)이 “2분기 실적 개선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말하며 조직 각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한 ‘신(新)조직문화’ 구축을 선언했다.
전 부회장은 1일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 부회장이 지난 5월 취임 때 낸 취임사 외에 사내 구성원을 상대로 공식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시지에서 전 부회장은 전날 공시된 DS부문 2분기 실적에 대해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면 또다시 지난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DS부문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4조3600억원의 적자에서 무려 10조8100억원이 증가한 6조4500억원이었다. 업계에선 DS부문이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악의 ‘15조원 적자’ 그림자를 털어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전 부회장은 호실적을 넘어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전 부회장은 경쟁력이 약화한 원인으로 부서 간 소통의 벽, 희망치만 반영된 비현실적인 계획 보고 등을 꼽았다. 이어 새 반도체 조직문화로 ‘C.O.R.E’를 제시했다. C.O.R.E는 문제 해결·조직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Communicate),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Openly Discuss)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Reveal)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한다는(Execute) 의미다.
전 부회장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에 대해 반도체 시황 회복을 언급하며 “OPI 지급률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과의 협상 결렬로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대다수 구성원이 DS부문인 것을 의식해 노조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1테라바이트(TB) 고용량 마이크로SD 카드 ‘프로 플러스’와 ‘에보 플러스’ 등 2종을 출시했다고 이날 밝혔다. 기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서 구현할 수 있었던 TB급 고용량을 소형 폼팩터인 마이크로SD 카드에 구현한 제품으로, 20기가바이트(GB) 콘솔 게임 45편 이상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20년 넘게 낸드플래시 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