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블랙요원’ 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여야가 21대 국회에서 불발된 간첩법 개정안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만 합의하면 22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야당 탓을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간첩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찬성하기만 하면 이 법은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법안 올리는 행태를 보면 며칠이면 되지 않겠나. 토론이 충분히 돼 있다”고도 했다.
한 대표는 최근 정보사 군무원이 중국인에게 블랙요원 신상 등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수사받는 사건을 언급하며 “단순한 기밀보호법으로 처벌하기엔 대단한 중죄”라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간첩죄 적용 범위가 ‘적국’으로 한정돼 있어 중국 측에 기밀을 유출한 것에 간첩죄를 적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한 대표는 “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에 대해 ‘자기들은 반대는 아니었다’는 얘기를 계속하는데, 결국 민주당이 신중한 태도를 보여서 지난 국회에서 간첩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 한 대표가 ‘민주당이 간첩법 개정을 반대해서 처벌이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면서 “터무니없는 거짓말과 본질을 흐린 남 탓에 참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간첩법 개정이 안 돼서 기밀이 유출됐냐. 군사기밀보호법이 멀쩡히 있는데 처벌이 안 된다는 주장은 무슨 해괴한 소리냐”고 되물었다.
또 박 직무대행은 “군 정보부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이 발생한 책임을 덮으려고 야당 탓을 하려는 거 같은데, 그런 말장난에 속을 국민이 있다고 믿는다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집권 여당 대표가 심각한 안보 참사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께 사과하진 못할망정 야당에 책임을 뒤집어씌우려고 해서 되겠냐”고 반문했다.
박 직무대행은 “한 대표는 허위사실을 주장한 데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심각한 기강 해이와 안보 무능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대책 마련에 나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겨냥해 “안보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면 군사 기밀을 유출한 전력이 있는 인사가 대통령실에서 일하고 있는 것부터 반대해야 옳지 않겠나”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