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서 육아와 올림픽 출전을 병행하는 ‘슈퍼맘’ 선수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펼쳐 많은 관심과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여성 선수들이 출산·육아 과정을 겪으며 경력이 단절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졌지만 더는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스포츠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해서 활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의 여자 유도 간판선수인 클라리스 아그벵누는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유도 여자 -63㎏급에서 동메달을 따자마자 서둘러 관중석 앞으로 달려가 돌을 갓 넘긴 어린 딸을 품에 안았다. 이런 모습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워킹맘들에게는 용기와 힘을 줬다.
한국 대표팀에도 육아와 올림픽 준비를 병행한 워킹맘이 있다. 사격 대표팀의 금지현(24·경기도청)은 지난달 27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10m 공기소총 혼성에서 은메달을 땄다.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다. 금지현은 지난해 임신한 몸으로 올림픽 출전권 따낸 뒤 돌을 조금 넘긴 어린 딸을 둔 엄마 선수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워킹맘들뿐 아니라 예비 엄마들의 도전도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펜싱 여자 사브르 16강에서 한국 대표팀 전하영과 겨뤘던 이집트의 펜싱 국가대표 하페즈는 임신 7개월의 몸으로 경기를 치렀다. 하페즈는 경기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임신 사실을 알리면서 “이집트 여성의 강인함과 인내심을 알리기 위해 임신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페즈뿐 아니라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할 예정인 영국 컴파운드 양궁 국가대표 조디 그린햄도 28주 임산부의 몸으로 이번 달 말 패럴림픽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을 표방하는 동시에 선수들이 불편함 없이 육아와 출전을 병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여러 조치가 이뤄졌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선수촌 내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고 선수촌 인근 호텔에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경우 자녀가 선수촌 안에 들어올 수 없게 하던 선례를 깨고 아이가 있는 선수가 선수촌이 아닌 인근 호텔에서 아이와 함께 지낼 수도 있도록 허용했다.
이런 조치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엄마이자 선수로서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해내야 하는 ‘슈퍼맘’ 선수들이 겪은 고충의 역사가 쌓여 육아 친화적 올림픽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아그벵누는 지난 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내 딸과 올림픽 선수촌에서 함께 지내며 올림픽 경기에 전념하고 싶다”며 선수촌에 엄마 선수들을 위한 시설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불과 개막 세 달 전에 딸을 출산하고 출전 당시까지 모유 수유를 하고 있던 캐나다의 농구 선수 킴 고셰가 어린 딸 소피를 올림픽에 데려오기 위해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 고셰는 선수들이 자녀를 포함한 가족과 동행할 수 없도록 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SNS를 통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성 선수의 육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IOC는 선수촌에서 육아와 출전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