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이상고온 현상으로 평년보다 뜨거운 여름이 찾아오면서 한반도의 폭염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해발고도 965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강원 태백에서 1일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통념을 깨는 이상고온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태백의 평년(1991∼2020년 평균) 폭염일수는 1.2일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이례적 더위로 폭염일수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현시점에서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이미 평년의 3배, 폭염일수는 평년 1.5배를 기록했다. 역대 최장 열대야 일수 기록을 세운 1994년(16.8일)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을 기준으로 전국 183개 구역 중 서해5도와 울릉도·독도, 제주산간을 제외한 180개 구역(98.4%)에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폭염경보 지역이 143곳으로 주의보(37개) 지역보다 많았다.
올해 전국 기준 폭염일수는 지난달 31일 기준 7.2일로 평년(4.9일)보다 약 1.5배 길었다. 열대야 일수 역시 8.9일로 평년(2.9일)의 3배가 넘었다. 밤에도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덥고 습한 바람이 지속해서 들어오면서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대부분 지역에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은 지난달 21일 이후 11일째, 강릉은 13일째, 제주는 17일째 열대야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다음 주까지 전국에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반도 대기 하층은 서풍에 의해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된 가운데, 중·상층을 고온의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덮는 기압계가 지속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에서 역대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된 2018년과 1994년과 유사하게, 두 고기압이 한반도를 두 겹의 이불처럼 덮으면서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상청은 이달 12∼18일 평균기온 역시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60%라고 예보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온열질환자 수는 2018년 최악의 폭염 이후 6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온열환자 응급실 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20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에 간 환자는 1195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6명이다. 극심한 무더위로 정부가 폭염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던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91명의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