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조원대 규모로 추산되는 티몬과 위메프, 이른바 ‘티메프’의 미정산 사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진상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와 압수물, 계좌 추적 자료 등을 분석해 모회사 큐텐그룹과 티몬·위메프 간 자금 흐름, 사라진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의 용처를 추적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은 1일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와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이사의 주거지 3곳, 큐텐코리아와 큐텐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 티몬, 위메프 본사와 사업장 7곳 등 10곳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9일 이원석 검찰총장 지시로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지 3일 만이다.
검사와 수사관 총 85명이 이날 압수수색에 투입됐다. 압수수색영장엔 1조원대 사기와 400억원 횡령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구 대표 등 경영진과 관련 법인들에 대한 계좌 추적 영장도 법원에서 발부받았다. 대검찰청은 이들 회계 분석을 위해 수사팀에 전문 수사관을 파견했다.
이 총장은 이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서 수사 상황과 계획을 보고받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재차 당부했다. 이 총장은 “압수된 증거물을 신속히 분석함과 함께 자금 흐름과 자산 추적을 정밀히 진행하고, 대주주와 경영진의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 소비자와 판매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지시했다.
검찰은 구 대표와 류광진 대표, 류화현 대표, 목주영 큐텐코리아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피해자들로부터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경에 고소·고발됐다.
구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대부분을 다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을 위한 프로모션에 썼다고 시인해 자금 전용 논란에 휩싸였다. 또 큐텐이 올해 미국 이커머스 업체 위시를 인수하는 데 티몬·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빌려 썼고, 류광진 티몬 대표가 사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지며 횡령·배임 의혹까지 불거졌다.
검찰은 우선 이들의 사기 혐의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적용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가 소비자들에게 결제 대금을 받고 판매자들은 이를 못 받아 일단은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며 “플랫폼은 수수료만 받는 거고 정산금을 쓰면 안 되는 것”, “대법원 판례상 돌려막기는 사기”라고 강조했다. 티몬·위메프가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데 대해선 “변제 의사나 (범행) 고의를 판단할 때 유의미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금감원 등 유관 기관과 협업하고 경찰과도 협의해 위시,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는 큐텐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경찰과 적절히 협의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티몬·위메프 재무 업무를 맡았던 큐텐테크놀로지의 재무본부장 A씨가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다. 국회 정무위는 A씨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이 A씨 신병을 확보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압수물 등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구 대표 등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선 구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에 대해 사기죄 성립이 충분히 가능하고, 횡령·배임 공범으로도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검찰도 구 대표와 류광진 대표, 류화현 대표 간 연결 고리에 주목하고 있다. 큐텐은 티몬 지분 100%, 큐텐코리아와 함께 위메프 지분 72.2%를 갖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입점 판매자들에게) 정산해 줄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다는 걸 알면서도, 물건을 팔면 정산해 준다는 식으로 돌려막기를 했기에 ‘폰지 사기’ 형태가 돼 버린 것”이라며 “(판매자들이) 예치한 돈을 다른 곳에 쓰는 데 동의한 사람들은 횡령·배임 공범”이라고 설명했다. 민형사 전문 방민우 변호사도 “판매자들에게 줘야 할 돈이 다른 용도로 쓰였다면 횡령이나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티메프 사태 여파로 사실상 사용이 정지된 해피머니상품권 발행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해피머니아이엔씨에 대한 사기 혐의 고소장 6건을 접수했다. 해피머니상품권 구매자인 고소인들은 “해피머니가 상품권을 무리하게 발행했다”며 “환불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피머니상품권은 티몬·위메프에서 7% 이상 높은 할인율로 판매됐다. 이 때문에 상품권을 대량 구매해 웃돈을 주고 되파는 ‘상테크(상품권+재테크)’ 열풍이 일었다. 이번 사태로 해피머니가 두 업체의 단기 자금 조달 창구로 쓰인 점이 드러났고, 피해자들 고소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