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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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전설 마사 그레이엄, 존 노이마이어 작품이 한 무대에… 스타 안무가 차진엽도 출연

제21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8월 3∼4일 서울아트센터 도암홀
강민주·안소영·박윤수·고영서·이수진 등 해외 무대서 활약하는 무용수들 신선한 작품 선보여
‘다시 만나고 싶은 해외무용 스타’ 차진엽의 ‘원형하는 몸’도 기대작

강민주(영국 국립발레단), 안소영(미국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 박윤수(독일 함부르크발레단), 고영서(노르웨이 국립발레단)…

 

올해 21회째인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무대를 위해 반갑고 궁금한 무용수들이 고국을 찾았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제주아트센터에서 한 차례 공연을 마치고 3∼4일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도 관객과 만난다.

영국 국립발레단 강민주의 공연 장면.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제공

조주현 예술감독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도 갈라 공연이 많은데 이 공연만큼은 경쟁이 아니라 무용수들이 각자 개성과 색깔을 낼 수 있는 공연”이라며 “관객들도 비교하면서 보기보다 새로운 작품을 소개받는 느낌으로 보는 아름다운 퀼트(자수) 같은 공연”이라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출신으로 2006년 미국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에 입단한 안소영은 18년 만에 서는 고국 무대다. 이 무용단은 20세기 모던댄스 창시자로 불리는 마사 그레이엄(1894∼1991)이 1926년 세운 유서 깊은 무용단이다. 안소영은 “18년 만에 한국에서 공연하는 게 꿈만 같다”며 “그레이엄의 유작 (2편을) 가져왔는데 스페인 내전 당시 여자 무용수가 겪은 비극을 다룬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축제 초청 공연인데 너무 무거운 주제가 아닌지 염려된다”면서도 “우리가 매일 전쟁 같은 삶, 비극과 희극이 공존하는 삶을 사는 데다 비극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강인함과 회복력도 담긴 작품이라 골랐다”고 덧붙였다. 안소영은 ‘딥송(Deep Song)’과 ‘즉각적인 비극’을 선보인다. 

 

강민주는 함께 내한한 같은 발레단 동료 로렌조 트로셀로와 ‘삼총사’, ‘1984’ 중 2인무를 공연한다.   서울예고 재학 중이던 2012년 독일 함부르크 발레학교로 유학간 후 영국 노던 발레단을 거쳐 2022년 영국 국립발레단으로 옮긴 강민주는 “한국에서 공연하게 돼 너무 설렌다”며 “고전 소설을 배경으로 창작하는 노던 발레단의 작품들을 가져왔다”며 “새로운 모습의 발레로 관객들과 소통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2007년 함부르크 발레단에 들어간 박윤수는 현존 세계 최고 안무가로 손꼽히는 존 노이마이어(85)가 낙점한 한국 무용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노이마이어는 1973년 함부르크 발레단 단장 겸 수석 안무가로 취임해 50년 넘게 재임하며 함부르크 발레단 세계적 수준으로 키웠다. 지난 5월 국립발레단과 함께 대표작 ‘인어공주’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바 있다.   

노이마이어의 ‘실비아’와 ‘까멜리아 레이디’ 2막 중 ‘화이트’ 2인무를 보여줄 박윤수는 “노이마이어의 대표작이자 제가 애정하는 작품이라 가져왔다”며 “(노이마이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감정 표현이잘 나타나고 음악과 춤이 하나 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선화예술학교와 모나코 왕립발레학교 졸업 후 2018년 노르웨이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고영서는 본인이 직접 안무한 ‘버드 랜드’를 춘다. 그는 “외국에 나가 산 10년 동안 느낀 정체성의 혼란과 틀에 맞추고 싶어하지 않는 내면의 생각들, 요새 가장 많이 하는 고민들을 담은 저의 첫 작품”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 시립예술대학에서 현대무용과 발레를 배우고 독일 함부르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 예술가들과 협업 중인 이수진은 ‘삶의 리듬’을 선보인다. 콜롬비아 민속음악인 쿰비아의 리듬을 토대로 한 음악을 춤으로 해석해 다문화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다. 이수진은 “백인 사회의 유색인종 무용수로서 이런 작품을 하면서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되게 즐기면서 작업했다”며 “한국 관객들에게 쿰비아 음악이랑 춤 자체가 굉장히 새로울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제21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 출연하는 고영서(왼쪽부터), 안소영, 강민주, 조주현 예술감독, 박윤수, 차진엽 안무가, 이수진이 1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제공

이번 공연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해외무용 스타’로는 네덜란드와 영국 무용단에서 활동했던 스타 안무가 차진엽이 뽑혔다. 안무작 ‘원형하는 몸’을 보여줄 차진엽은 “마흔 중반 나이(46) 무용가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과 춤을 대하고 몸을 탐구하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선배 무용가로서 이렇게 가고 있다라는 말을 무대에서 좀 할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이 밖에 몬테카를로발레단 입단 예정인 이수연과 김소율(서울예고), 방수혁(선화예술고) 등 ‘초청 영스타’, 국내 초청단체 리케이댄스 등의 무대도 마련된다. 해외 무용 스타들에게서 듣는 ‘해외 컴퍼니(무용단) 진출, 이렇게 준비해라’ 프로그램도 5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다.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은 2001년 7월 LG아트센터에서 처음 시작돼 2년씩 열리다 2007년부터 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