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때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고비를 넘겼네요!”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20·예천군청)이 파리에서 2020 도쿄 올림픽의 아쉬운 기억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김제덕은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막내로 출전해 자신감 넘치는 “파이팅”을 외쳐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관중이었던 올림픽 경기장에서 그의 목소리는 누나 안산(23·광주은행)과 형 오진혁(43·현대제철), 김우진(32·청주시청)에게 큰 힘을 불어넣었다. 이에 혼성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따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열린 남자 개인전에서는 두 경기만에 탈락했다. 당시 김제덕은 “동료와 협동하는 단체전은 누군가를 믿으며, 따라가며 경기를 할 수 있지만 개인전은 혼자만의 시합이어서 믿을 게 나 자신밖에 없었다. 그게 약간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살짝 눈물을 보였다.
김제덕은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남자 개인전 64강, 32강 경기에서 연이어 승리했다. 올림픽 무대에서 두 번째만에 첫 양궁 남자 개인전 16강 고지에 올라선 것이다.
16강행을 확정한 뒤 취재진과 만난 김제덕은 도쿄 때 탈락한 기억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32강전 하기 전에 긴장이 많이 됐다”면서 “그래도 고비를 넘은 만큼, 더 자신감을 붙여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도쿄 때 32강전에서 패배를 안긴 독일의 플로리안 운루는 이번 대회에도 출전했다. 운루와 설욕전을 펼치려면 준결승까지 진출해야 한다. 김제덕은 ”살아남아야지 (운루를) 만날 수 있다. 일단은 내가 할 것을 자신 있게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김제덕의 이번 경기는 전날로 잡혀있었는데, 악천후 때문에 하루 연기됐다. 이날은 문제 없이 경기를 치렀으나, 바람의 성질이 밤사이에 바뀌어서 이날 경기의 변수가 됐다고 김제덕은 설명했다. 안 그래도 광장 한복판인 이번 대회 경기장의 바람이 꽤 까다로운 편이라고 선수들은 입을 모은다. 김제덕은 “아무래도 이곳이 큰 광장이다 보니까. 바람 변수가 많다. 날씨가 바뀌면서 바람 방향도 좀 바뀌었다”면서도 “상황에 맞춰서, 집중해서, (변화 요소를) 잘 캐치해서 쏴야 하는 건 선수다. 자신 있게 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