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혼합복식 김원호(25·삼성생명)-정나은(24·화순군청) 조가 2024 파리 올림픽 은메달을 확보하면서 ‘모자 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이 나왔다. 김원호의 어머니는 바로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 감독이다.
길 감독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다. 1995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 1993∼1995 전영오픈 여자복식 3연패 등을 이룬 한국 배드민턴 전설이다.
김원호-정나은은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전에서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 조를 2-1(21-16 20-22 23-21)로 꺾고 은메달을 확보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원호는 “이제 제가 길영아의 아들로 사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올림픽 무대는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것이다.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는 말을 해줬다”고 전했다.
이날 김원호는 세계 2위인 선배들을 상대로 투혼을 보였다. 묵직한 스매시를 연신 날리며 서승재-채유정을 공략하던 김원호는 3게임의 반환점을 돌았을 때 숨을 헐떡이며 한동안 코트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3게임 16-13에서는 메디컬 타임을 요청하더니 의료진에게서 받은 주머니에 구토하기도 했다. 김원호는 “헛구역질이 나오길래 한 번 나오는 거겠지 싶었는데 코트에다가 토할것 같아서 레프리를 불러 봉지에다가 토했다”면서 “코트에서 이렇게 티를 낸 건 처음이었다. 운동선수로서 보여주면 안 되는 모습을 올림픽에서 보여줬다”고 머쓱해했다.
김원호는 이번 은메달 확보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 기쁨도 챙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은메달리스트인 그는 “작년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이기는 상황에 군대 생각을 했다가 진 기억이 있다”면서 “오늘 경기 중에는 그 생각을 안 하고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