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로 이웃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살인 혐의를 받는 백모(37)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증거 인멸 우려와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마약류와 관련해 백씨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됐다. 경찰은 긴급체포한 백씨가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거부하자 모발 등을 채취해 마약 투여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전날 오전 9시50분쯤 구속영장 심사에 출석한 백씨는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피해자가 미행한다고 생각해 범행했는지 묻는 말엔 “네”라고 답했으며 마약검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선 “비밀 스파이들 때문에 안 했다”고 했다.
영장 심사가 종료된 뒤 그는 “나의 범행 동기는 나라를 팔아먹은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서”라며 이들이 중국과 함께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심신 미약이 아니다. 멀쩡한 정신으로 (범행을) 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30분쯤 은평구 아파트 정문 앞에서 날 길이 75㎝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단지 주민인 남성 A(43)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던 피해자의 어깨 등을 벴으며 A씨가 근처에 있던 아파트 관리사무실 쪽으로 가 신고를 요청한 이후에도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피해자는 9살과 4살 아들을 둔 40대 평범한 가장이었다. 전날 은평구의 한 장례식장에서는 피해자의 발인식이 치러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의 사인이 ‘전신 다발성 자절창’으로 보인다는 구두소견을 냈다.
백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나를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백씨가 산책 과정에서 피해자와 마주친 적이 있을 뿐 개인적 친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에 다니던 백씨는 지난해 말 상사와 갈등으로 퇴사한 뒤 일본도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 1월 장식 목적으로 도검을 소지하겠다고 신고해 경찰 허가를 받았는데, 이상행동 관련 신고가 지속적으로 있었음에도 정신감정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월 이후 백씨와 관련해 접수된 112 신고는 7건이다. 그는 평소 아파트 단지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 등 돌출 행태를 보여 신고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백씨의 정신 병력 여부와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