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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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롤스로이스남’, 10년 감형 항소심도 불복…상고 제기

수면 마취 약물에 취해 운전 중 행인을 치어 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형이 절반으로 줄었음에도 이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신모(29)씨 측 변호인은 전날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5-2부(재판장 김용중)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검찰도 지난달 31일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상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사고 당시 신씨의 도주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약물에 취한 채 차를 몰다가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 '압구정 롤스로이스' 신모 씨가 2023년 8월 18일 서울강남경찰서에서 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신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에서 피부 미용시술을 빙자해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 수면 마취를 받고 난 뒤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행인을 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된 신씨는 행인들이 달려와 차에 딸린 피해자를 꺼내려 할 때도 돕지 않았으며, 수 분 뒤엔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 피해자는 뇌사 등 전치 24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고, 사고 발생 115일 만에 숨졌다.

 

신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방문한 병원에 피해자 구조를 요청하고자 현장을 벗어난 것이라며 도주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결과 신씨가 병원 측과 약물 투약 관련 말 맞추기 시도를 위해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봤다.

 

1심은 “이 사건 범죄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늘고 있는 향정신성 약물 투약에 대해 무고한 사람이 희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실히 보였다”며 “참담한 결과에 따른 책임은 무겁게 평가돼야 한다”고 말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신씨가 고의로 도주헀다는 이른바 ‘뺑소니’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특가법(도주치사) 및 도로교통법(사고후미조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그 결과 1심 형량보다 절반 낮은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사고 발생 시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도주의 고의로 현장을 이탈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일시적으로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고 하여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가 지연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 인적 사항이나 행선지 등을 고지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점, 피고인이 경찰관의 체포 및 약물 검사에 저항했던 점 등을 이유로 들며 항소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고 판결에 불복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