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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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 삭스에서 일하는데”…친척·동창 투자금 55억 편취 40대 징역 6년

“회사에서 팀 이끌어”, “돈 많이 벌어 곧 은퇴”…거짓 행세로 투자 권유, 수십억 가로채

외국계 유명 투자회사에 다니는 것처럼 속여 지인들로부터 수십억원을 가로챈 40대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친척과 학교 동창 등을 가리지 않고 10년 가까이 사기행각을 이어온 그는 기존 투자자의 돈을 갚기 위해 신규 투자자를 모집해 이른바 ‘돌려막기’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규 투자자 모집에는 동생도 가담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이같이 1심 선고를 했다. 또 일부 범행에 가담한 혐의(사기)로 기소된 동생 B씨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인적 신뢰 관계를 이용해 학교 동창, 친척 등에게 장기간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아직 피고인을 고소하지 않은 다수의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 복구는 요원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은 대체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피해자들에게 이자 지급 등 명목으로 상당한 금액을 지급해 범죄사실에 인정된 피해 금액이 모두 실제 피해에 이르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15년 11월부터 2023년 8월까지 8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55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1년부터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이 외국계 유명 투자회사인 골드만 삭스에 재직 중인 것처럼 행세하고 투자 능력을 과시하며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수사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A씨는 골드만 삭스에 재직 중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 역시 개인 주식 투자나 다른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투자금 반환 목적으로 돌려막기에 이용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약속한 수익금과 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신규 투자자가 필요하게 되자 B씨에게 투자자를 모집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