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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유산, 산모님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건강+]

편승연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수정란 70%는 유산… 매우 흔해
초기 질 출혈… 증상 없는 경우도
50~60% 태아의 이상 염색체 때문
당뇨 등 산모 기저질환·고령도 영향”

“자연유산의 50~60%는 태아의 심각한 염색체 이상에 기인합니다. 산모의 급성 감염성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갑상샘 질환 등 기저질환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유산을 하면 많은 산모가 자신의 잘못이 있을까 봐 괴로워하지만 계획적으로 임신한 대부분의 산모가 유산이 될 정도로 부주의한 잘못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유산한 산모들에게 산모의 잘못은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유산 후에는 감정 기복이나 우울증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가족들의 정서적 지지가 필요합니다.”

 

편승연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유산의 원인을 설명하며 유산을 겪은 산모에 대한 정서적 지지를 강조했다.

유산은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했지만 임신 기간 기준 20주 전에 태아가 생존 능력이 없는 상태로 임신이 종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유산의 80% 이상은 임신 3개월 이내에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임신 기준으로 유산 건수는 26∼27% 수준이다. 2022년 기준 총 25만4628건의 출산 중 유산은 6만5359건을 기록했다.

“유산의 실제 빈도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포함된 유산은 병원에서 유산 진단을 받은 경우만 포함되기 때문에 임신 사실을 알기 전 자연유산된 경우나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인한 인공중절 수술 등 세부화된 통계는 없습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형성된 수정란의 70%는 유산으로 끝나고, 여기에는 초음파에서 임신낭도 보이지 않는 경우 50%가 포함됩니다. 테스트기가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임신인 줄 모른 채 (질 출혈을) 그냥 생리로 알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을 것입니다. 결국 자연유산은 매우 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산에는 절박유산, 계류유산, 불완전유산 등이 있다. 절박유산은 임신 초기에 질 출혈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4∼5명당 1명꼴로 생기고, 이 중 50% 가까이 실제로 유산으로 이어진다. 계류유산의 경우 자궁경부가 닫혀 있는 상태로 태아가 사망한 후, 임신산물이 수일에서 수 주 동안 자궁 내에 남아 있는 경우를 말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유산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유산이 진행되면 메스꺼움이나 유방 동통 등 입덧 증상이 줄어들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편 교수는 “일부 절박유산의 경우 프로제스테론 질정의 사용이 유산 방지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들이 있다”며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많은 나라에서 절박유산 산모에서 프로제스테론을 사용하는 것을 권고한다. 다만 모든 절박유산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편승연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유산의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50~60%는 태아의 심각한 염색체 이상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며 “이외에 산모의 급성 감염성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갑상샘 질환 등 기저질환, 자궁의 선천적 기형이나 골반염 등도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계류유산이나 태아의 조직이 자궁에 남아 있는 불완전유산의 경우 출혈과 감염 위험이 있는 만큼 치료가 필요하다. 출혈이 심하면 자궁 소파술을 통해 남아 있는 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유산이 반복되면 ‘습관성 유산’이 된다. 횟수의 기준은 연속 3회. 자궁 내 임신낭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혈액 내 임신 수치만 상승했다가 혈액 내 임신 수치가 떨어지는 화학적 유산도 포함된다.

편 교수는 “2번 연속 유산을 경험하는 빈도는 2%, 3번 연속 유산을 경험하는 경우는 0.4~1% 정도로 보고된다”며 “습관성 유산 역시 환자의 50% 정도만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습관성 유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편 교수는 “당뇨·고혈압·자가면역 질환 등 산모가 가진 기저질환이 있다면 기저질환 조절과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산모가 치료에 신경 써야 하는 원인에는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산모가 면역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항인지질항체 증후군)이며 나머지 하나가 산모가 유전적으로 혈전을 잘 만드는 상태(유전적 혈전성향증)인 경우다.

습관성 유산의 경우 원인 파악을 위해 질 초음파검사(해부학적 요인 확인), 갑상선기능검사, 월경 3일째 난포자극호르몬(FSH)·에스트리올(estriol) 수치 검사·프로락틴 수치 검사(난소 기능 평가), 항카디오리핀 항체·루푸스 항응고 검사(면역학적 요인 확인), 활성단백질 C 저항성에 대한 선별검사(혈전성향증 확인), 부모·유산 태아 염색체 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해부학적 구조 이상으로 초음파상, 내막 내에 유착이 보이거나 점막하 근종이 보일 때는 자궁경을 통해 교정을, 내분비 요인에 의한 유산으로 갑상선저하증이나 고프로락틴혈증 등이 보일 때는 약물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 조절되지 않은 당뇨가 있는 경우에도 습관성 유산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임신 전 당뇨 조절이 중요하다.

나이가 증가할수록 유산빈도도 늘어난다. 특히 산모 나이가 35세 이상이 되면 태아 염색체 이상의 빈도가 높아져 유산 비율도 함께 증가한다. 35세 이상에서 태아 염색체가 정상인 경우에도 35세 미만의 산모들보다 유산 비율이 증가한다.

고령의 산모가 많이 하는 시험관 시술의 경우는 어떨까. 편 교수는 “시험관 시술 후 유산에도 가장 관련이 있는 것은 산모 나이, 산모가 난자 채취를 시행한 나이”라며 “같은 나이의 산모 중 자연임신한 경우와 시험관 임신을 한 경우 유산의 빈도에 차이는 없지만 시험관 시술 시 혈액 수치(ß-hCG)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실제 초음파에서 아기집이 보이기 전에 혈액 수치만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화학적 유산을 더 많이 경험하면서 유산의 빈도가 높다고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산 후엔 7∼60일 사이에 임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가며, 빠르면 2주 후부터도 다음 임신이 가능하다. 다만 2분기(13·14∼26·28주) 유산의 경우 바로 임신할 때 유산이 다시 생기거나 조산의 가능성도 있으므로 일정 기간 피임해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편 교수는 유산 후 다음 임신을 준비할 때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 금연, 금주, 과도한 카페인 복용도 삼가고 당뇨·고혈압 등 기저질환 관리를 당부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