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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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진 충격에 美 경기침체 공포… 연준, 9월 ‘빅컷’ 할까 [세계 증시 빨간불]

나스닥 이틀 연속 급락

美 7월 실업률 4.3%… 환율까지 출렁
실업률로 침체 예측 ‘샴의 법칙’ 현실화

AI 거품 논란 속 아마존 등 빅테크 급락
월가 일각 ‘연준 금리 인하 실기론’ 제기
美 7대 빅테크 중 6곳 이익 성장률 둔화
메타·구글선 AI 공격 투자 의지 재천명

활황세를 이어가던 미국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고용 충격에 발목이 잡혔다. 상반기 내내 상승세였던 증시가 이틀 연속 폭락하는 등 분위기가 급변하며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비관론이 시장에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 청사. EPA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17.98포인트(-2.43%) 급락한 1만6776.16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전 2.30% 지수가 내린 데 이은 이틀 연속 폭락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00.12포인트(-1.84%) 내린 5346.56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610.71포인트(-1.51%) 떨어진 3만9737.26에 마감했다. 두 지수 역시 이틀 연속 1% 이상 주가가 빠지는 급격한 하락세다.

 

특히 아마존이 이날 하루에만 8.78% 주가가 급락하는 등 상반기 내내 미 증시를 이끌었던 빅테크들이 일제히 부진의 늪에 빠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의 주가 폭락으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순자산 평가가치가 152억달러(약 20조7000억원) 줄어든 것을 비롯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속한 세계 500대 부자들의 자산가치가 총 1340억달러(약 182조4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증시의 폭락 속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급락한 여파로 국내 증시는 2일 들어 코스피 2700선이 무너지는 등 ‘검은 금요일’의 공포에 휩싸였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1.49포인트(3.65%) 내린 2676.19로 거래를 마감했다. 하락률은 2020년 8월20일(3.66%) 이후 약 4년 만에, 하락폭은 2020년 3월19일(133.56포인트) 이후 4년5개월여 만에 각각 가장 컸다. 전 거래일 대비 시가총액 78조6430억원이 줄면서 하루 동안 감소 규모로는 2020년 3월19일(89조619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환율까지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은 3일(한국시간) 오전 2시 전일 종가 대비 4.70원 하락한 136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7일 1365.30원(오후 3시30분 종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특히 이날 장중 고점은 1377.20원, 저점은 1356.00원을 각각 기록해 변동폭이 21.20원에 달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도 149.2엔으로 떨어졌다. 앞서 일본은행(BOJ)이 넉 달 만에 ‘깜짝’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엔화는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종가 104.388보다 0.988포인트(0.95%) 급락한 103.4를 기록했다.

경기침체 우려로 2일(현지시간) 미 증시가 이틀 연속 폭락한 가운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주식 시황이 표시된 모니터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 열풍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의 경기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급속히 퍼져나간 것이 미국과 글로벌 주식시장의 폭락,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졌다. 특히 이날 발표된 7월 실업률이 예상을 뛰어넘는 4.3%를 기록한 것이 결정타였다. 최근 미국의 고용동향 부진이 예상보다 심화하며 ‘샴의 법칙’이 발동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7월 실업률을 통해 우려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샴의 법칙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분석가였던 경제학자 클로디아 샴이 제시한 지표로 실업률의 3개월 이동 평균이 직전 12개월 내 3개월 이동평균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아지면 경기침체가 시작된다고 본다. 1970년 이후 모든 경기침체를 예측했던 샴의 법칙이 현실화되며 미 경제계에서는 ‘설마’했던 불황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P연합뉴스

충격 확산에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더 빨리 내렸어야 했다는 실책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심상치 않은 경기 흐름에 대응해 연준이 9월 0.5% 금리를 인하하는 ‘빅컷’(0.50%포인트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월가를 중심으로 나온다.

 

다만 최근 주가 폭락과 심상치 않은 경제 상황에도 상반기 미 증시를 주도했던 거대경제기술(빅테크) 기업들은 AI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메타의 올해 AI 관련 자본지출이 400억달러(약 54조46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며 “현시점에서 너무 늦기보다는 필요하기 전에 (AI 관련) 역량을 구축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기술 분야에서 이런 전환기를 겪을 때 (AI에 대한) 과소 투자의 위험이 과잉 투자의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AI 관련 지속적 투자를 천명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메타, 구글의 AI 관련 투자(자본지출)는 총 1060억달러(약 144조3190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50%나 증가한 상황이다. 이미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빅테크들이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반면,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AI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7개 주요 빅테크(매그니피센트7) 중 아직 실적을 내놓지 않은 엔비디아를 제외한 6개사의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익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9.9%로 지난해 4분기(56.8%), 올해 1분기(50.7%)보다 크게 내려가 향후 이익 성장세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서필웅 기자, 김수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