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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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mm가 가른 명승부’ 김우진 “나와 엘리슨은 양궁의 메시·호날두”… 동메달 이우석 “그럼 나는 양궁의 음바페”

김우진(32·청주시청)과 브레이디 엘리슨(미국)은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대접전을 치렀다. 4세트까지 3-5로 뒤졌던 김우진은 마지막 5세트를 잡아내며 승부를 슛오프로 끌고 갔다.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 김우진, 이우석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시상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우진은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까지 더해 3관왕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딱 한 발로 승부가 갈리는 슛오프. 두 선수 모두 10점과 9점 라인 경계에 화살을 쐈다. 판독 결과 김우진의 화살은 과녁 정중앙으로부터 55.8mm 떨어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엘리슨의 화살은 60.7mm. 1cm도 되지 않는 4.9mm로 메달 색깔이 금빛과 은빛으로 나뉘게 됐다.

 

이번 금메달로 김우진은 2016 리우부터 2024 파리까지 단체전 3연패와 2024 파리 혼성 단체전까지 합쳐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5개를 목에 걸게 됐다. 한국 선수 역대 개인 통산 최다 금메달 신기록이다.

 

현역 세계최고 궁사로 손꼽히는 김우진과 접전을 치른 엘리슨도 오랜 기간 동안 강자로 꼽혀온 선수다. 엘리슨 스스로가 “미국에서 양궁으로 밥벌이를 하는 유일한 ‘직업 궁사’는 나뿐”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 내에는 적수가 없다. 2008 베이징에서 올림픽 데뷔를 치른 엘리슨은 2024 파리까지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해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따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의 덜미를 잡는 모습을 여러 번 연출해 '한국 킬러'라는 별명도 붙었다.

 

금, 은메달을 목에 걸고 나란히 기자회견에 참석한 두 선수는 서로를 치켜세웠다. 엘리슨이 먼저 “우리가 펼친 슛오프는 양궁 역사상 최고의 승부일 것이다. 김우진과 같은 시대에 활동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인상적인 경험”이라고 말하자 김우진은 “축구에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다면 양궁에는 저와 엘리슨이 있다”라고 화답했다.

김우진이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 미국 브래디 엘리슨과 경기에서 마지막 화살을 발사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우진이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 미국 브래디 엘리슨과 경기에서 금메달을 결정짓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기자회견 전에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김우진은 스스로를 양궁의 ‘G.O.A.T’(Greatest Of All Time)임을 인정한 바 있다. 메시와 호날두 모두 세계 축구사 올타임 순위를 가릴 때 언급될 업적을 세웠지만,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통해 월드컵까지 제패한 메시는 축구의 ‘G.O.A.T’로 인정받고 있다.

 

김우진의 메시-호날두 비유를 들은 한국 취재진이 ‘누가 메시고,누가 호날두인가’라고 묻자 김우진은 “그건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라고 답했다.

 

호날두는 유벤투스에서 뛰던 시절 팀K리그와의 방한 맞대결 때 끝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한국 한정으로 ‘날강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한국 기자가 이를 의식한 듯 “여기에서 김우진 선수가 메시라고 하지 않으면 한국 팬들은 김우진 선수가 호날두를 좋아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라고 되묻자 김우진은 웃으며 “유도심문에 넘어가지 않겠다”라고 답하며 끝내 자신이 메시라고 답하진 않았다.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 김우진, 이우석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시상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우진은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까지 더해 3관왕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재치 있는 김우진의 농담에 웃으며 주먹인사를 나눈 엘리슨은 4년 뒤 홈에서 열릴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김우진과 다시 맞붙기를 희망했다. 엘리슨은 “난 LA 대회에도 도전할 것 같다. 다음 대회에서 리턴매치를 벌이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이에 김우진은 “올림픽에서 내가 한 번 이겼는데…LA 때 다시 만나면, 그때는 또 모르겠다”고 화답했다.

 

김우진에게 4강전에서 패했지만, 동메달을 따낸 이우석(27·코오롱)은 김우진의 ‘메시-호날두’ 비유를 듣더니 “저는 그럼 (킬리안) 음바페를 하겠습니다. 여기는 파리니까요”라고 답해 취재진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김)우진이형은 메시가 맞다. 형 스스로도 ‘G.O.A.T’라고 생각하니 우진이형은 ‘양궁의 메시’라고 해도 된다. 다만 저는 그런 우진이형을 뛰어 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