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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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10년 전 법제화… 작업 중지 시간까지 정해놔 [심층기획-폭염 속 '작업 중지권' 강화 논란 가열]

ILO “폭염, 근로자가 마주한 도전” 경고
영향 큰 GCC 6개국 이미 법으로 강제
日은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조치 명시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폭염은 이제 전 세계 근로자들이 마주한 전례 없는 도전이 됐다”고 경고했다. 아랍 일부 국가에서 옥외 작업 근로 금지 기간과 시간을 법에 명시해 둔 것처럼 ILO는 각국이 더 적극적으로 폭염과 관련한 노동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보고 있다.

ILO는 지난달 펴낸 ‘작업장에서 폭염: 안전과 건강에 대한 의미’ 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일 년 내내 폭염으로부터 근로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폭염에 노출된 전 세계 근로자는 2억3100만명, 폭염으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는 4200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에 노출된 근로자는 2022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71%다. 2000년 66%에서 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태평양 지역 근로자의 92.9%, 83.6%, 74.7%는 과도한 열에 자주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신화연합뉴스

폭염 영향이 큰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이사회(GCC) 6개국은 작업 중지권을 법제화해 실효성을 높였다. 올해 6월 ILO가 발간한 ‘폭염과 산업안건보건 정책 브리프: GCC 지역의 모범 사례’에 따르면 사우디는 2014년 작업 중지권을 법제화했다. 이에 따라 매해 6월15일부터 9월15일까지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는 옥외 작업이 금지된다. 동시에 사업주는 사업장 내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는 기기와 물을 제공해야 한다.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도 기간과 시간 차이만 있을 뿐 같은 취지의 작업 중지권이 법에 명시돼 있다. UAE는 정오가 지난 12시30분부터 오후 3시, 쿠웨이트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카타르는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야외 작업장에서 작업이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할 시 사업장은 폐쇄될 수 있다. 다만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에서는 석유·가스 산업을 법 적용 예외 분야로 뒀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고온(폭염)일 때 사용자가 근로자의 건강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국의 고용노동부와 같은 폭염 대비 건강보호 가이드라인도 개발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기온이 28도 이상이면 중강도 이상의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고, 30도 이상일 땐 저강도까지, 33도 이상일 때 모든 옥외 작업을 중지토록 권고하고 있다.


이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