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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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R의 공포’에 코스피 2500 붕괴… ‘최악의 월요일’

하루새 234P↓… 역대 최대 낙폭
코스피·코스닥 ‘서킷브레이커’
각각 192조·43조 시가총액 증발
日 12.4% 폭락 등 亞 증시 출렁

코스피가 5일 하루 동안 200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주가 변동성 심화에 따른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주식 매매 자체를 막아버리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제도가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에 적용됐다. 미국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국내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증시 전체로 번졌다. 그야말로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이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34.64포인트, 8.77% 하락하며 2441.5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0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은 역대 최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88.05포인트(11.3%) 떨어지며 691.28로 마감, 700선이 붕괴됐다. 하루 동안 코스피에서 약 192조원, 코스닥은 약 43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곤두박질 코스피가 종가 기준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8.77% 하락한 2441.55로 거래를 마쳤고, 환율은 장 초반 135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국내 주식시장 급락 여파로 전일 대비 3.6원 오른 1374.8원에 마감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주식시장 하락을 진정하는 목적의 시스템인 사이드카(Side Car)가 오전과 오후 코스피와 코스닥에 발동됐다. 그러나 하락세를 막지는 못해 오후 1시56분 코스닥에, 오후 2시14분에는 코스피에 매매를 총 3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1단계)’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2020년 3월19일 이후 4년5개월 만이다. 코스피는 서킷브레이커 해제 후에도 10% 이상 떨어졌다가 장 막판에서야 하락 폭을 줄였다.

 

이날 주식시장 패닉은 미국발(發)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심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실업률이 약 3년 만에 가장 높게 나오자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고 여기에 중동정세 악화,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이 패닉의 연료가 됐다. 투자자들이 일제히 위험자산 축소에 나서면서 뉴욕은 물론, 아시아 증시도 크게 출렁였다. 일본 닛케이225는 전 거래일 대비 4451.28포인트(12.4%) 폭락하며 3만1458.42로 장을 마감했다. 1987년10월20일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낙폭이다. 상반기 28.45% 상승한 대만 가권지수도 8.35% 급락, 1만9830.88에 마감했다.

 

정부는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함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증시 폭락과 관련해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24시간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긴밀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후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합동으로 긴급점검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점검했고, 6일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를 연다.


이도형·박지원 기자, 도쿄·베이징=강구열·이우중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