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가 수천미터에 이르는 그린란드 빙상(ice sheet)이 수백만년 간 현 상태를 유지했을 것이라는 통설과 달리 과거 100만년 이내에 중심부까지 녹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는 그린란드 빙상이 알려진 것보다 온난화에 더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빙상이 녹을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재앙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버몬트대 폴 비어만 교수팀은 6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그린란드 빙상 중심부를 3천m 이상 뚫고 지반까지 채취한 빙핵 표본(GISP2)에서 나무와 포자, 곤충 사체, 양귀비 씨앗 등을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온난화로 인해 남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10년마다 2.5㎝ 이상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수천미터 두께의 그린란드 빙상이 빠르게 녹으면 해수면 상승 속도와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어만 교수는 "해수면 상승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어 금세기 말에는 수십㎝ 이상 높아질 수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근본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수 세기 후에는 그린란드 얼음이 거의 완전히 녹아 해수면이 7m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란드의 빙상은 270만년 전 시작된 홍적세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유지돼온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컬럼비아대 조르그 셰퍼 교수팀은 2016년 그린란드 빙상 중심부의 빙핵 표본 GISP2를 분석한 결과 비교적 근래 그린란드 빙상의 90%가 녹았었다며 그린란드 빙상 나이가 110만년이 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GISP2는 1989~1993년 미국과학재단(NSF) 지원으로 그린란드 빙상 중심부를 뚫어 채취한 빙핵 표본으로 암반 1.55m를 포함해 길이가 3천53.44m에 달한다.
비어만 교수팀도 그린란드 해안 근처 캠프 센추리에서 1960년대 채취한 얼음 표본을 재조사한 결과 41만6천년 이 지역 빙상이 녹아 툰드라가 됐었다는 연구 결과를 2019년 내놨다.
비어만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콜로라도주 레이크우드에 있는 NSF의 빙핵 표본 보관시설에 있는 GISP2 표본의 맨 아랫부분을 확보해 분석했다.
그 결과 빙핵 바닥 부분에서는 자갈, 암석과 함께 다양한 동식물 구성 물질들이 발견됐다. 이는 이 지역이 빙상 형성 전 툰드라와 유사했음을 보여준다.
표본에서는 이끼와 비슷한 식물인 부처손(spike moss)의 포자와 어린 버드나무의 새싹 비늘, 곤충 겹눈(compound eye), 북극 양귀비 씨앗 등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는 지질학적으로 비교적 근래인 110만년 전 이내에 그린란드 빙상이 중심부까지 녹았고, 현재 빙상으로 덮여 있는 그린란드가 7월 평균기온 3~7℃의 녹색 툰드라였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직접적인 증거라고 밝혔다.
비어만 교수는 "그린란드 얼음이 녹고 녹색으로 덮였던 시기는 과거 100만년 이내로 추정된다"며 "이는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상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취약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펜실베이니아주립대(Penn State) 리처드 앨리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온난화 원인이 특별히 극단적이지 않은 시기에 그린란드 빙상이 녹았음을 확인해준다"며 "이는 온난화를 멈추지 못하면 어떤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 출처 : PNAS, Paul Bierman et al., 'Plant, insect, and fungi fossils under the center of Greenland's ice sheet are evidence of ice-free times', https://www.pnas.org/cgi/doi/10.1073/pnas.240746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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