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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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교훈 후세에 전해야”…후쿠시마 원전, 세계유산 등재 추진?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파괴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를 보존해 원자력 발전 사고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6일 보도했다. 원자폭탄 피폭의 참상을 전하는 히로시마 원폭돔처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파괴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모습.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내 방사선량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폐로 작업이 조심스럽게 진행 중이고, 원전 부지 내에는 철골이나 시설이 남아 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지진으로 쓰러진 전선 철탑, 쓰나미에 찌그러진 탱크는 보존할 방침이다. 후쿠시마 지역에서는 1호기의 철골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도쿄전력도 이를 검토 중이다.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 구조물, 시설 등을 보존하자는 주장의 취지는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상징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츠오카 준지 와세다대 교수는 “사고의 교훈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남겨야 한다”며 “인류에게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관련 기록, 자료를 수집, 보관하기 위한 거점이 필요하는 의견은 2014년 후쿠시마 국제연구 산업도시 구상 연구회가 보고서로 정리한 바 있다. 

 

후쿠시마현이 후쿠시마 원전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공개 중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원전 사고의 실태, 부흥을 위한 시도 등을 보여주는 ‘호프 투어리즘’ 견학지에 지난해부터 후쿠시마 원전을 포함시키고 있다. 닛케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투어는 1호기 바로 앞에 있는 고지대에 올라 방호복, 마스크 등을 쓰고 후쿠시마 원전을 내다볼 수 있다”며 “페트병에 담긴 처리수(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의 일본식 명칭)를 손에 들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원전을 포함한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사단법인 ‘도호쿠 순례 프로젝트’는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아오모리 4개 현의 연안지역 약 100곳을 세계유산으로 일괄 등재하는 것을 제안했다. 선례로 꼽히는 것이 이미 등재되어 있는 히로시마 원폭돔, 비키니 환초다. 히로시마 원폭돔은 1945년 미군의 원폭 투하 후 발생한 참상을 전하는 상징물이고, 태평양 마셜제도 비키니 환초는 미국의 핵무기 실험 장소였다.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을 우크라이나 정부가 등재하려 했던 적도 있다.  

 

닛케이는 “원자력 관련 유구를 둘러싼 논의게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원폭돔은 히로시마시가 1966년 영구보전을 결정하고 30년 후인 1996년에 세계유산에 등재됐다”고 짚었다. 이어 “(동일본대지진의) 이재민이나 유족의 심정을 배려해 이미 헐린 시설도 적지 않아 끊임없는 대화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