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국가유공자 모자다”…한밤중 길 잃은 90대 노인 구한 집배원

정세영 단성우체국 주무관, 94세 국가유공자 가족 품에 인계
정세영 주무관. 우정사업본부 제공

경남 산청의 한 우체국 집배원이 한밤중 길거리를 헤매던 90대 국가유공자의 가족을 찾아준 사연이 알려졌다.

 

6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산청우체국 소속 단성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정세영 주무관은 지난 6월 12일 진주역 인근을 가족과 산책하던 중 방황하는 노인을 발견했다. 땀에 젖어있던 노인은 등산복 차림에 국가유공자 모자를 갖춰 쓰고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평소 국가유공자에 대한 관심과 존경심이 있었던 정 집배원은 이상함을 눈치챘다. 정 주무관은 노인에게 집 주소를 물으며 “핸드폰을 주시면 제가 가족과 연락해보겠다”고 말을 건넸다. 이후 노인을 인근 커피숍으로 모셔 안정시켰고, 가족이 올 때까지 보살폈다.

 

정 집배원의 도움을 받은 노인은 6·25전쟁과 베트남전에 해병으로 참전한 이창수(94) 옹이었다. 이 옹은 경남 사천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서울에 가겠다’며 택시를 타고 진주역에 간 뒤 역 인근을 배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2시간가량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헤매며 탈진 상태였던 이 옹은 정 집배원의 보호를 받다 안전하게 가족을 만났다.

 

이 사연 이 옹의 딸 이정실씨가 국민신문고에 칭찬 민원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딸 이씨는 “서울에 사시는 아버지께서 제가 사는 사천에 오셨다가 병원 입원 중 갑자기 사라지셨다. 가족들이 사천 시내를 돌며 아버지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친절한 집배원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다”고 감사 마음을 전했다.

 

이씨는 또 “진주역 앞은 아직 개발 초기라 어두컴컴한 곳이다. 아버지가 거리를 헤매다가 탈진해 쓰러져도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정 집배원은 천사처럼 한 사람을 위험에서 구해냈다. 이런 청년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만한가 보다”라고 칭찬했다.

 

정 집배원은 “부사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평소 군인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르신이 쓰신 모자가 국가유공자가 착용하는 것이어서 눈에 띄었다. 누구나 그런 상황이면 도와드렸을 것”이라고 했다.


강나윤 온라인 뉴스 기자 k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