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사진)이 깊은 분노를 꾹 눌러 담은 얼굴로 돌아왔다. 7일 개봉하는 영화 ‘리볼버’에서 전도연은 남들의 죄를 뒤집어쓰는 대가로 약속받은 돈을 받아내기 위해 직진하는 전직 형사 수영을 연기한다.
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감정을 많이 덜어내는 인물을 연기했다”며 “건조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계속 감독님한테 ‘지루하지 않아요’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수영은 기쁨도 슬픔도 모두 탈색된 얼굴로 묵묵히 자신을 배신한 인물들을 쫓는다. 그럼에도 영화가 버석거리지 않는 이유는 전도연이 부닥치는 인물들의 다채로운 색깔 때문이다. 전도연도 “수영이 계속 만나는 인물들의 색깔이 수영에게 입혀지면서 각각의 장면이 새롭게 느껴졌다”고 했다.
‘리볼버’는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이 ‘무뢰한’(2015)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 작품이다. 전도연이 쉬고 있던 오 감독에게 ‘짧고 경쾌하고 신나는 작품을 해보자’며 시나리오 작성을 독려해 만들어졌다. 영화는 수영이 2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며 시작된다. 수감생활을 보상해주기로 한 이들은 연기처럼 사라진 상태다. 수영이 배신자들을 찾는 과정에서 적인지 친구인지 모호한 정윤선(임지연)이 끼어들고 투자회사 실세 앤디(지창욱)와 조우한다. 이외에 우정 출연한 배우 이정재를 포함해 정재영, 전혜진 등이 영화에 색을 더한다. 전도연은 “전체적으로 놀라운 캐스팅이지 않나 싶다”며 “배우들이 연기를 마음껏 펼쳤고, 이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밀양’(2007)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아 ‘칸의 여왕’으로 불려온 전도연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저를 좀 어려운 배우로 생각해서 틀을 깨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예전에는 그런 수식어를 벗어나면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대할까, 다른 작품을 해보면 달라질까 했어요. 지금은 벗어나려 하기보다 저 스스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보냈어요. 개인적으로는 마음에서 자유로워지긴 했습니다.”
그는 “이제는 듣고 싶은 말이 없다”며 “개인적으로 상을 받은 것보다는 작품이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게 가장 큰 바람이자 욕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