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오늘의시선] AI 버블 논쟁의 시시비비

생성형 AI, 투자 대비 수익모델 제시 못해
과도한 낙관도 비관도 지금은 의미 없어

2022년 12월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오픈AI의 챗GPT 출시 후 AI가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져 갔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기반의 언어 모델에서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등 멀티모달 모델로,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범용(Artificial General) AI로 발전하고 있다.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었다. 작년 골드만삭스는 AI가 전 세계 일자리 3억개를 자동화하고 향후 10년 동안 세계 GDP의 7%를 증가시킨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AI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투자 대비 수익이 없다는 소위 ‘AI 버블’ 논쟁이 일고 있다. 지난 6월20일 미국 세쿼이아캐피털의 파트너 데이비드 칸은 ‘AI의 6000억달러 문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빅테크들이 AI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필요한 매출은 연간 6000억달러인데, 실제 매출은 1000억달러에 불과해 5000억달러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그동안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기대보다 주가가 하락하고 생산성 혁신도 보이지 않으면서 마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 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이후 급락한 사건인 ‘닷컴 버블’과 유사한 AI 버블이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AI 버블의 징후 즉, AI의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AI 수요 전망의 불확실성이다. 가트너사가 기술의 성숙도와 채택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개발한 하이프 사이클 모델에 따르면, 혁신 기술은 기술 촉발, 과도한 기대의 정점, 환멸의 골짜기, 계몽의 단계, 생산성의 안정기를 거친다. 2024년 보고서에서 가트너는 생성형 AI가 환멸의 골짜기에 막 진입한 것으로 봤다. 거품이 빠지고 유행이 줄어드는 단계라는 것인데, 향후 여러 분야에서 응용 사례가 증가하는 계몽의 단계를 거쳐 생산성의 정상에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AI가 추가적인 단계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유용성과 용이성을 높여야 한다. 유용성이 실제 이용자에게 편익을 주는 것이라면 용이성은 이용자가 AI를 쉽게 이용하는 것이다. 메타버스 버블은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해 유용성을 주지 못했고 고가의 단말기, 어지러움 등으로 인해 용이성을 확보하지도 못해 생긴 것이었다. 멀티모달을 이용한 창작의 경험은 이용자에게 AI의 유용성을, 온디바이스 AI와 AI 비서는 스마트폰을 통한 편리성이라는 용이성을 제공할 수 있다.

다음 데이터 부족 등 규제 이슈이다. AI 연구기관인 Epoch AI에 따르면 2026년부터 학습용 데이터가 소진될 전망이다. AI 학습 속도가 데이터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를 크롤링하여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지만 이도 무한한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AI가 생성한 데이터를 AI에 다시 학습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데이터의 성능을 저하시킨다. 다른 데이터 부족의 요인은 규제이다. 저작권자의 보상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규제도 이를 수용하면서 데이터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그 외에도 규제법이 AI 버블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EU에서 메타는 인터넷에 게시된 공개 데이터를 사용할 때 EU 데이터 규제와 충돌할 가능성으로 인해 생성형 AI 제품 출시를 연기했다. 애플도 EU의 디지털시장법으로 인해 개인정보보호 등 제품의 무결성이 손상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아이폰의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를 보류했다.

결론적으로 킬러 서비스와 수익 모델의 부족, 데이터 부족, 규제 이슈 등이 AI 버블 논란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 최종적 판단을 하기는 이르다. 전기와 같은 범용 기술로서 인정받는 AI의 잠재 가치는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의 말처럼 AI에 대한 과소 투자의 위험이 과잉 투자의 위험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 다만, 과도하게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인 시각을 피하고, 객관적, 실질적 평가를 통해 AI의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불필요하고 과도한 규제로 인해 기술 발전으로 인한 편익을 막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